[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금융당국의 규제 발언에 비트코인 등 대다수 암호화폐 가격이 급격한 하락세를 겪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일부 코인들에선 조직적인 시세조종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일반 투자자의 손실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하는 대형거래소에 상장된 코인들의 경우에도 사실상 거래소마다 평가기준이 일정치 않은 가운데 가격 펌핑(가격 올리기)에 의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암호화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코인이 상장하려면 특정 코인을 만든 ‘코인 재단’이 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하면 된다. 이후 거래소는 자체 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업성, 재단 투명성 등을 확인한 뒤 상장 여부를 결정한다.
거래소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있다. 사진/뉴시스
거래소들은 상장 지원서를 토대로 코인 관련 사업계획서와 기술검토 보고서, 법률 검토의견서, 토큰 분배 계획서, 규제 준수 확약서 등 서류를 받아 상장 적격성을 검토한다. 검토는 기술·금융·법률 관련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5명 내외 상장심의원회가 진행하며, 상장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일치되면 상장이 이뤄진다.
과정을 살펴보면 사실상 코인 관련 프로젝트가 제출한 서류에 의존하고 평가를 하기 때문에 코인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 아로나와 토큰의 경우 작전세력에 의한 시세조종을 의심받기도 했다. 이 토큰은 20일 상장 첫날 50원에 시작해 30분만에 5만3800원으로 시가 대비 1000배 넘게 상승했다가 22일을 기점으로 큰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오후 3시 기준 881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일보다 약 83% 가량 줄어든 셈이다.
주식 등을 관리하는 증권사와 비교해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 이러한 시세조종 현상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주식의 경우 유가증권에 상장하려면 자기자본 규모와 매출액, 감사의견 등 최소 9가지 심사기준을 충족시켜야한다. 또한 상장되기까지 최소 6개월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반면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 코인 재단이 코인 상장 가격과 물량, 공시 등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구조이며, 심사 기준이 까다롭지 않아 빠르면 1개월내에도 실제 상장이 이뤄질 수 있다.
게다가 시세 변동에 대해 단속하거나 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거래소는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재단이 허위 공시를 하더라도 이를 적발하거나 처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암호화폐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들도 정보 공시를 검증한다고 하지만 자체 검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다수의 거래소들은 쟁글 등 정보공시 전문업체를 통해 활용하는데, 이곳 역시 사실상 독점을 하고 있어 수천곳의 코인 프로젝트에 대한 정확한 검증이 어렵다. 투자의 기본은 공시제도로 정부차원에서의 공통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