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미국이 6월 전후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검토 결과를 발표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9일 ‘바이든 정부 출범 100일, 미국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정책과 한국의 대응방향’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25일 원료의약품, 반도체, 희토류, 전기차 배터리 등 주요 산업품목의 글로벌 공급망을 100일간 대대적으로 검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중간재 수출 비중이 70%에 달해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큰 우리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글로벌 공급망 점검 행정명령이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파악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열린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을 정도로 국가적 차원의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한국의 산업별 영향 분석과 대응’을 분석한 주제 발표에서 “이번 행정명령의 근본적인 취지는 미국의 첨단산업 주도권 확보와 중국 굴기 저지를 위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재편”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전략에 한국, 대만, 일본 등 동맹국들의 투자와 참여를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이 29일 열린 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전경련
조 실장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예상해 본 결과, 중국(-0.35%) 다음으로 한국의 GDP 감소폭이 -0.07%로 가장 컸다”면서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 산업의 경우 한국의 생산량이 -0.18%로 중국(-0.32%) 다음으로 크게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공급망 전략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신뢰할 수 있는 공급사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상품보다 원자재의 이동과 시장 중심 생산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한국처럼 중간재 생산국자들이 시장(market)을 가진 나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차원의 산업구조 재편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해 “현재 시장관점으로만 봤을 때 반도체는 중국, 배터리와 소재는 유럽이 최대 시장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대신해 미국에 투자를 집행할 때에는 수요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면서 “미국 내 수요만으로 가동률 우지가 가능한 수준의 투자가 적정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 참여할 경우 현지 시장 규모와 수요 등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 실장은 “코로나19와 미-중 갈등을 겪으며, 양국이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면서 “이번 5월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미칠 이익은 최대화하고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는’ 양국 통상관계에 우리 정부의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