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공정성 시비' 휩싸인 공수처

이성윤 지검장 면담 조사 "부적절" 지적
"검찰의 공수처 '길들이기' 의심" 주장도

입력 : 2021-04-3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1월21일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0일 100일째를 맞는다. 하지만 첫 번째 수사에 아직 착수하지 않은 현재 김진욱 공수처장이 고발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등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다. 반대로 이러한 논란은 공수처에 대한 '힘 빼기'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다음 달 3일 김진욱 처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뇌물 의혹과 관련해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를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단체는 13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출국금지 사건에 대한 면담 조사와 관련해 김 처장과 이 지검장을 위계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뇌물, 국고손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김진욱 처장은 자신의 경찰 피의 사건의 수사 지휘권자인 이성윤 지검장을 휴일에 출근해 비서관을 통해 자신의 관용차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고를 낭비하면서 김학의 관련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황제 소환해 100만원 초과 상당의 편의를 뇌물로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 처장의 또 다른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김 처장은 지난달 7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출국금지 사건의 피의자인 이 지검장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 처장의 관용차가 제공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과 사법시험준비생모임, 활빈단 등 다른 시민단체도 이달 초 김 처장을 직권남용,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 고발 사건은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1부(부장 김재하)가 수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달 2일 논평에서 "공수처장이 수사 대상자이자 고위 검찰 관료인 이성윤 지검장을 비공개로 면담하고, 심지어 관용차를 보내 편의를 봐준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그렇지 않아도 김학의 전 차관의 범죄 행위란 본질은 사라지고, 출국을 막으려던 절차상의 위법성 문제가 대두돼 논란이 거셌던 사건"이라며 "여기에 공수처장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이 지검장에 대한 면담 조사와 관련해서는 공수처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대한 허위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해당 보도자료 내용이 허위라고 주장하면서 김 처장과 보도자료 작성 담당 직원을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가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허위 보도자료 의혹에 대해 공수처와 검찰 간 충돌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이 사건과 관련해 문상호 공수처 대변인 등 검찰의 출석 통보가 이뤄졌다는 보도가 나오자 김 처장은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압박하는 것도 아니고 모양새가 좀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수원지검은 "공수처 관계자 피고발 사건과 관련해 일부 언론이 공수처 관계자에 대한 출석 요청 사실을 검찰이 먼저 공개한 것을 전제로 보도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를 피의사실공표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28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검사 등을 직권남용, 피의사실공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공수처가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의 일부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고발하고,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는 모습에 이번 수사가 과연 정당한지에 대해 심각한 국민적 비판이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사는 신생 수사기관인 공수처에 대한 '힘 빼기' 또는 검찰의 공수처 '길들이기'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내부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중하게 첫 번째 사건을 정해 수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기관이지만, 여러 규칙과 규정 등을 내부에서 밀실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공수처의 존재 근거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므로 객관적인 수사를 위해 투명하게 열어두고 국민과 더불어 조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1호 수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중요하지 않다"며 "권력의 부정부패를 털어버리는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 사건을 수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참 논란이 되는 사건을 1호 수사로 꼽으면 진영 싸움이 될 것이므로 정치화 가능성을 피할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 공수처가 조직은 작아도 국민이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29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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