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정의선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현대자동차그룹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명실상부한 그룹 총수 지위에 오른 셈이다. 따라서 업계 안팎의 눈길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쏠리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동반한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차그룹의 최대 과제 중 하나다. 정 회장 동일인 지정과 함께 현대차그룹이 조만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동일인(총수)을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 회장으로 변경했다. 이는 정 명예회장이 2001년 총수에 오른 이후 21년만이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와 합병, 사명 변경 등을 단행했다. 현대오토에버·현대엠엔소프트·현대오트론 등 계열사 합병, 1조원 규모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기아 사명 변경 등을 신속하게 추진해 결단력있는 모습을 보여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2세를 동일인으로 판단해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었다"며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력회사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에 대한 의결권을 정의선 회장에게 포괄 위임한 점, 정의선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임원변동,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상 변동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동일인에 지정됨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룹 내부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글로비스→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등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을 통해 순환출자구조를 끊고 지배구조 단순화를 시도했으나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경영권 위협으로 무산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는 기아차→현대모비스의 모자회사 관계를 해소하고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같은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플랜트와 건축 사업 등을 담당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하기로 했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지분 38.6%를 보유한 현대건설이고, 정 회장은 11.72%를 보유해 2대 주주다. 정 회장은 지분 매각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
정 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지분도 9.57%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이달 초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을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대주주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인 만큼 정 회장의 지분을 매각해도 지배구조상에는 문제가 없다.
따라서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토에버 등의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기아차로부터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국내 대기업 중 순환출자 구조가 남아있는 유일한 곳이 현대자동차그룹"이라며 "정의선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올린 만큼 신속한 순환 출자 해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