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도덕군자를 원하는 게 아니라는 걸 몇 번이나 말해야 할까. 나라에서 하지 말라는 것 안하고, 국민으로서의 의무는 다 지키는 장삼이사들의 도덕 수준 정도 되는 사람을 국무위원으로 갖기가 그렇게 힘든가, 힘들어야 하는가. 하다하다, 이제는 재외공관 근무 시 대량 구입한 고가 도자기를 면세로 들여와 불법판매한 사례까지 나온다. 야당은 밀수라 몰아붙인다.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 말하기에 조금 뭐 한 것이, 들여온 도자기 수량이 너무 많다. '외교관 이삿짐'으로 국내 반입했으니 세관 검사나 신고는 물론 없었다(일정 금액 이상 물품은 국내 반입 시 신고-납세 대상이다). 해수부 장관 후보자인 박준영 현 차관 얘기다.
얼마나 많이 사쟁였다가 들여왔으면, 박 후보자 부인이 카페를 차리고 도자기를 전시-판매하기 위해 세척한 후 "뭘 산거야, 얼마나 산거야, 내가 미쳤어, 씻기느라 영혼 가출", "목욕 후 너희는 광이 나고 난 식은 땀이 난다"고 자신의 SNS에 썼겠는가. 박 후보자와 그 가족은 재외공관 근무자라기보다는, 나랏돈으로 3년 간 해외 럭셔리생활이나 취미생활을 즐긴 게 아닌가 싶다. 재외공관 근무자들 태반이 그렇겠지만.
'로얄 알버트', 그 영국제 본차이나가 그렇게 좋던가. 박 후보자는 해명자료에서 "영국 체류 시 집에서 장식으로 사용했던 것"이라며 "아내가 뭘 잘 몰라 중고 물품으로 팔았다"고 했다. 이런 걸 해명이라고 내놓으면서 챙피하거나 마음 한구석 찔리지 않던가. 국무위원석에 앉을지도 모르는 사람의 변명이 허접하고 추접스러워 보는 이가 다 민망하다. 후보자 말마따나, "중고 물품으로 팔았다" 치자. 그럼 벼룩시장 수준의 소액으로 팔았다는 얘긴가. 과연. 정말. 퍽이나 그랬겠다. 그리고 그 많은 도자기를 집에서 사용했다는데, 그 집은 살림집이 아니라 전시장이었는가. 소가 웃을 소리다. 외교관 여권 갖고서 벼라별 짓들을 하는구나, 벼라별 품위손상자들이 다 있구나.
박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 관세회피 및 사업자등록 문제 등을 조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업자등록증 내는 정도로 해결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상황 인식이 나이브하다. 국민들 사이에 "쯧즛…" 혀 차는 소리 나오지 않게 하는 게 고위 공직자의 도리다. 다른 정부도 아닌 촛불정부에서 왜 이렇게 인사 잡음과 실망감이 잦은가. 그간 해온 반성과 성찰의 실체가 궁금하다. 하루하루 코로나 신규확진자 숫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 위험지경에서 "고가 도자기 불법 판매"로 시비를 벌이는 거 자체가 어이없고 황당한 일 아닌가. 웃프다. 입 열수록 구차해지는 변명 늘어놓지 말고, 아내와 그 카페 열심히 운영하면서 못 다 판 도자기마저 파는 건 어떤가.
해수부 박 후보자만이 아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기재부 근무 당시 세종시 아파트를 공무원 특별분양으로 싸게 산 뒤 서울 집에 그대로 살면서도 세종시로의 이주지원금 480만원은 다 받았다. 이후 승진해 국무조정실로 옮기자 관사 입주 권리가 나왔다. 출퇴근 거리는 관사가 훨씬 먼데도 관사에 들어갔고, 자기 아파트는 세 줬다. 관사에 살 동안 주거비 절약은 물론 임대소득도 취했다(이런 걸 관사재테크, '관테크'라고 한단다). 그는 차남 실업급여 잡음도 불거진 상태다. 이 정도면 최소한 부끄러워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사람이 집행하는 주거 정책이나 부동산 대책에 시쳇말로 '말 빨'이 실리겠는가.
어떻게 '보통 사람' 보기가 이리도 힘든가. 이런 인사가 민심을 얼마나 돌아서게 만드는지 정녕 모르는가. 4·7 재보선 참패 후에도 민심이반 원인을 정확히는 모르고 있는 듯하다. 박 후보자 부인은 자신의 SNS에 해시태그까지 붙여가며 도자기 판매에 열성이었다. 인사추천위원회나 후보자검증팀은 도대체 어떤 수준이길래 야당 의원 한 사람의 정보수집력에도 미치지 못하는가. 문제의식이 없어서 알고도 별 거 아니라고 통과시킨 건가, 아님 아예 몰랐는가. 한두 번도 아니고, 어떻게 개각 때마다 이런 잡음이 끊이질 않는가.
인사가 만사라 했다. "이 정부 인사는 망사"라는 비판에 뭐라 속 시원히 답 좀 해보시라. 이 정부 일이라면 반대부터 하고 보는 제1야당의 정치공세가 아니라, 이 정부가 뜻 받들겠다고 깊이 맹서했던 서민 대중, 열심히 촛불 들었던 그 서민 대중의 비판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pen335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