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자신에 대한 비판 전단을 살포한 30대 청년이 검찰에 넘겨진 것과 관련해 모욕죄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들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혐오스러운 표현도 국민 표현의 자유 존중 차원에서 용인해 왔으나, 이 사안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조롱을 떠나 일본 극우 주간지의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며 남북관계, 국민 명예, 국격에 미치는 해악에 대응한 것"이라며 "다만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이 모욕적인 표현을 감내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을 수용해 처벌 의사를 철회하기로 지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변인은 "앞으로도 정부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선 적어도 사실관계 바로잡는 취지에서 개별 사안을 신중히 판단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격, 국민명예, 국가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신중하게 판단해서 또 고소할 수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결론적으로,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사안의 경중에 따라 (고소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배포한 30대 남성 김모씨는 2019년 7월 국회의사당 분수대 인근에서 문 대통령 등을 비판·비방하는 내용의 전단 뭉치를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당시 살포한 전단지에는 문 대통령을 '북조선의 개'라고 비하하는 내용이 실렸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김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모욕죄는 형법상 친고죄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 혹은 대리인이 직접 김씨를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씨가 검찰에 송치되자 정치권은 물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들어 고소를 취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모욕죄가 공직자를 비판하는 일반 시민을 처벌하는 데 악용돼 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회는 모욕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시민을 상대로 한 최고 권력자의 모욕죄 고소는 국민의 권력 비판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이번 모욕죄 고소는 취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전날 "시민들이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비판하고 비난마저도 할 수 있어야 하는 존재가 바로 대통령"이라며 "배포된 내용이 어떤 것이었든, 대통령에 의한 시민 고소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