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카드사들이 개방형 결제 전략을 추진하면서 자체 앱에 경쟁사 카드까지 결제 수단으로 추가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결제 앱을 개편하면서 결제 수단 범위를 확장 중이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결제 플랫폼 신한페이를 출시하며 '계좌결제' 서비스 기능을 도입했다. 신한은행 계좌를 등록하면 모바일 체크카드가 발급돼 사용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제주은행 등의 계좌도 등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우리카드는 이미 결제 앱 ‘우리페이’에 계좌결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최근 11개 은행으로 결제 범위를 확대했다. 국민카드도 지난해 출시한 'KB페이'에 국민은행 계좌 및 상품권 등을 결제 수단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카드사들이 개방형 전략을 추진하면서 경쟁사 카드까지 결제 수단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업계에선 고객 이탈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협업이 어렵다고 봤지만 인식이 점차 바뀌는 상황이다.
지주계열 카드사를 중심으로 협업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다른 금융기관과 결제 수단을 확장하는 시도를 선제적으로 진행하며 제휴망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어서다. 신한금융은 계좌결제 서비스를 출시하며 타사 카드를 결제 수단으로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돌입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차후에 그룹 내 계열사 외에도 국민카드, 우리카드 등 카드사를 비롯해 지방은행과 연계한 결제 시스템 개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카드도 타사 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개방형 전략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KB페이는 오픈 API 기반으로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며 "계열사는 물론 다른 카드사가 원하면 결제 등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카드 역시 카드사 간 결제수단 등록을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카드사끼리 협업이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 여파로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사용 급증하면서다. 업계에선 자칫하다 지급결제 사업 주도권이 간편결제 업체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간편결제사의 경우 모든 은행 계좌, 카드를 등록해 결제할 수 있는 범용성을 무기로 삼는다.
실제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간편결제 이용은 빠르게 확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간편결제 이용액은 4492억원으로 전년 대비 41.7% 늘었다. 반면 지난해 카드결제 이용액은 877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늘어 증가폭이 둔화했다.
카드사끼리 향후 결제수단 등록을 상호 공유할 경우 이 같은 흐름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간편결제 업체가 가진 결제 범용성을 카드사도 확보하면 온라인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많은 결제 데이터를 보유해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점도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업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사들이 자사 결제앱에 타사 카드를 결제 수단으로 등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업을 준비 중이다. 사진은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로 결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