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구리 가격이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대형사와 중소형 전선업체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대형사는 대형 건설·인프라 위주로 수주하며 원재료값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있지만 중소형 업체는 납기가 짧아 인상분을 바로 반영하기 어려운데다, 운영자금도 부족해 원재료 확보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10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7일 런던금속거래소(LME) 3개월물 구리 가격은 톤당 1만361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7.64% 증가했다. 역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것이다. 구리 가격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지난해 3월, 463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1년2개월 사이 130%나 수직 상승했다.
이는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에서 수요가 증가한데다,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과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우려 확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구리 주요 생산국에서 코로나19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신규 광산 개발에 대한 투자도 더디다.
이 때문에 구리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구리 신규 광산 개발 프로젝트는 구리 원광 등급 저하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구리 원광 등급이 떨어질수록 광산과 제련, 정련을 하는데 비용과 에너지가 더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리 가격이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대형과 중소형 전선업체간 명암이 엇달린다. 사진/뉴시스
이런 가운데 구리 가격 상승에 전선업체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대형 전선업체는 납품계약시 구리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반영해 납품단가를 따라서 올리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있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하지만 중소형 전선업체들은 주로 당월 생산한 제품을 당월 납품하는 경우가 많아 에스컬레이션 조항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운영자금도 부족한 상황에서 구리 구매를 위해 담보를 더 늘리기도 힘들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건설 등 고수익·장기 납품 계약에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있어 원재료값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있다"며 "하지만 납기가 2~3주로 짧은 중소형 업체는 이 혜택이 없어 원재료값 상승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5월에 비축 중인 구리 2만4700톤 규모를 3% 할인해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국내 원재료 수요의 극히 일부분이다. 전선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비축물량을 풀었지만 구리값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수급 차질 어려움이 여전하다"며 "업체들이 원활하게 구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비축 물량을 더욱 풀어 주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