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있는 로드샵 화장품 매장 모습. 임시 휴점에 들어갔거나 폐점 상태다. 사진/심수진 기자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1세대 로드샵 화장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화장품 업황은 개선되고 있지만 대기업 화장품과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업체들만 살아날 뿐 로드샵 화장품들의 입지는 좁아졌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078520)의 작년 매출액은 30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18억원에서 지난해 679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2019년 96억원에서 978억원으로 약 10배 커졌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한 영향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비효율 매장을 164개 줄였다. 이 과정에서 매출이 크게 줄었고, 구조조정 비용도 반영됐다. 여기에 미팩토리, 제아H&B 등 2018~2019년 인수한 회사들이 일제히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토니모리와 스킨푸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토니모리의 작년 매출액은 1134억원으로 34% 줄었고, 영업손실 규모는 2019년 2억7000만원에서 25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토니모리는 이미 이미 2017년부터 4년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2018년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갔던 스킨푸드는 약 1년 만에 회생절차를 졸업했지만 경영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 스킨푸드의 작년 매출액은 175억원으로 2019년보다 약 7.4% 줄었고, 영업손실 42억원으로 적자 상태가 이어졌다. 네이처리퍼블릭의 매출액은 2019년 1899억원에서 지난해 1384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 규모도 128억원에서 지난해 203억원으로 커졌다.
화장품업계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연이은 한한령(한류제한령)으로 타격을 입은 가운데 지난해 코로나까지 덮쳐 성장 동력을 잃었다.
LG생활건강(051900),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대기업 화장품업체들은 매장 구조조정과 함께 중국 럭셔리 화장품 시장에 승부수를 띄워 체질개선 효과를 봤다. OEM 및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들도 실적이 개선됐지만 로드샵 화장품 기업들은 여전히 고전중이다.
결국 로드샵 화장품 기업은 물론 대기업이 운영하는 로드샵 브랜드들도 매장 구조조정에 나섰다. 미샤는 지난해 164개 매장을 닫았고, 올해 1분기에도 30개를 폐점했다. 토니모리는 2019년 517개에서 지난해 452개로 줄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운영하는 이니스프리 매장은 2019년 920개에서 지난해 656개로, 에뛰드하우스는 2018년 393개에서 2019년 275개로 줄었고, 현재 운영중인 매장은 144개(홈페이지 기준)에 불과하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매장도 2019년 598개에서 463개로 줄었다. 명동 거리의 로드샵 브랜드 매장들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지만 지난해 이후 문을 닫았거나 임시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빠르게 성장한 H&B스토어에 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리브영, 랄라블라 등 H&B스토어들이 매장이 급증했고, 중소 화장품 기업 브랜드부터 백화점 브랜드까지 입점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로드샵보다 H&B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H&B를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해 자체몰보다 H&B에 입점하려는 중소기업들이 늘었다"며 "기존 로드샵 브랜드들은 인지도 측면에서 중소기업들보다 우위에 있지만 비대면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온라인몰이나 다른 채널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된 악재에 구조조정을 실시한 로드샵 화장품 기업들은 온라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온라인 종합화장품 몰인 '마이눙크'를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다. 지난해 온라인 몰 매출이 2019년보다 39.7% 성장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2%에서 지난해 23.7%로 올랐다. 올해 마이눙크를 성장시켜 매출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일본 시장을 공략해 성과를 냈다. 일본 4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에 입점한 네이처리퍼블릭은 '2020 베스트셀러'에 선정됐다. 이후 진출한 '라쿠텐'에서도 소비자 평가 최상위 1% 점포인 '월간 MVP'에 선정되는 등 작년 일본 이커머스 매출이 전년 대비 600%이상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회사측은 "일본 이커머스 시장 진출 1년 만에 매출이 600% 이상 상승했다"며 "앞으로 이커머스 확대와 더불어 버라이어티샵과 드럭스토어 등 오프라인 공략에도 속도를 내 일본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