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몰린 자금 45조…SKIET 따상 실패에 IPO 청약자들 뒤늦은 고평가 우려

에이치피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4%하락…"'공모주=따상' 일반화 오류 범하지 말아야"

입력 : 2021-05-16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따상’(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진입) 기대를 모으며 증시에 입성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가 따상 실패 후 급락하자 공모주 청약을 신청한 투자자들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SKIET의 따상 실패와 함께 국내 증시도 약세를 보이면서 공모주에 대한 경계감이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에이치피오(357230), 씨앤씨인터내셔널, 삼영에스앤씨, 샘씨엔에스, 제주맥주, 진시스템 등 총 6개 기업이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다. 이들 6개 기업에 몰린 청약 증거금은 총 45조원에 달한다.
 
지난달 기업공개(IPO) 시장 열기는 그야말로 광풍이 이었다. 4월 IPO 공모금액은 1715억원으로 5년만에 최고치를 갱신했으며, 기관수요예측 및 일반청약경쟁률도 동월 대비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4월 상장한 기업들 대부분이 시초가를 2배로 형성하면서 수익률도 높았다. 지난달 상장한 쿠콘(294570), 해성티피씨(059270), 이삭엔지니어링(351330), 엔시스(333620) 중 쿠콘을 제외한 모든기업이 시초가를 2배로 형성했다. 만약 IPO에서 공모주를 받아 첫날 시초가에 매도했을 경우 평균 수익률은 94.4%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공모주 청약=수익’이라는 인식이 깨지고 있다. SKIET의 경우 상장시 시초가를 2배로 형성하며 아직 공모가 대비 수익권에 위치하고 있으나, 이날 상장한 에이치피오는 시초가에서 공모가(2만2000원) 대비 9.09%하락한 2만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에이치피오는 이날 장 시작 후 16.25%급락하며 공모가 대비 23.86%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에이치피오의 경우 일반청약자에 대한 풋백옵션(환매청구권)도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공모주를 배정 받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그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공모주 청약의 실패는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줄어든 데다, SKIET의 급락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SKIET는 올해 최대 IPO로 꼽히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SKIET는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1883대 1이라는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공모주 청약에는 총 81조의 사상 최대 증거금이 모였다. SKIET 청약 신청을 위한 대출도 늘면서 지난달 가계대출은 사상 최대인 25조원 넘게 급증했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SKIET는 상장 첫날 26.43% 급락했으며, 이날까지 4일 연속 하락을 보이고 있다. 
 
SKIET의 부진에 이어 에이치피오의 급락까지 나타나자 개인투자자들도 뒤늦게 공모주 고평가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이달 청약을 진행한 6개 기업 중 에이치피오를 제외한 모든 기업의 공모가가 상단을 초과하거나 상단에 형성됐다. 만약 해당 기업들도 시초가를 공모가 대비 높게 형성하지 못할 경우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공모주들의 기업가치 평가 수준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공모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분위기에 휩싸이면 무조건 ‘따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며 “가장 중요하고, 절대 잊어서 안 되는 부분은 신규 상장 기업의 적정 기업가치”라고 경고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 사진/한국거래소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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