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1분기 가계빚이 1765조원을 기록하는 등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례없는 빚 증가는 내 집 마련을 위한 '빚투(빚내서 투자)'와 주식 투자를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37조6000억원(2.2%)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다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을 나타낸다.
가계신용이 1765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처음이다. 1년 전과 비교해 153조6000억원(9.3%)이 늘며 전년동기 대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45조5000억원)보다는 축소됐으나 1분기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 증가액이었다.
가계빚 급등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초저금리 기조 속 주택시장과 주식시장 활황으로 주택매매와 주식투자 등이 증가한 영향 때문으로 분석되다. 코로나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도 가계빚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잔액은 1666원으로 전분기대비 34조6000억원(2.1%) 늘었다. 이는 1분기 기준 최대 증가액이다. 전년대비로는 144조2000억원(9.5%) 증가하며 통계 작성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31조원으로 전분기보다 20조4000억원(2.2%) 늘었다. 전국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다소 줄었지만, 전세거래량이 늘면서 주담대가 전분기(20조2000억원)와 비슷한 규모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분기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28만호로, 전분기(35만호)보다 감소했다. 반면 전세거래량은 34만7000호로 4분기(31만2000호)보다 증가했다.
아울러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 잔액도 735조원을 기록하며 전분기대비 14조2000억원 늘었다. 증가액은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1조4000억원(10.8%) 증가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면서 주담대가 꾸준히 늘었다"며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로 1분기에 생활자금 수요와 주식자금 수요가 늘면서 기타대출 증가폭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기관별로는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868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8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확대되고 기타대출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329조4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조6000억원 늘었고, 보험사와 증권사 등 기타금융기관 등의 가계대출은 468조1000억원으로 10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전년대비 9.5%(153조6000억원) 증가했다. 사진은 은행 대출 창고 모습. 사진/뉴시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