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공급과잉에 시달리던 낸드플래시 업황이 살아나는 가운데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 승인을 통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EU로부터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에 대해 '무조건부 승인(Unconditional Clearance)' 판정을 받았다. 이는 지난 3월 미국의 인수 승인 이후 두번째 경쟁국 심사 결과다.
EU의 인수 심사는 행정부 역할을 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가 맡는다. EC는 1단계(Phase1) 심사에서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부 인수를 승인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추가적인 조사도 없이 EU 당국의 심사가 완료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사진/뉴시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90억달러(10조1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인수계약 5개월 뒤 곧바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까지 2개 기관에서 승인을 받아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 중국, 대만, 브라질, 영국, 싱가포르 등 6개국의 심사가 남았다. 경쟁당국은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부 인수가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침해하는 지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연내 6개국의 심사건 모두 결론을 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는 아직 승인 받은 곳보다 그렇지 않은 경쟁국이 더 많지만 연내 인수심사를 마무리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독점 심사에서 가장 까다로운 관문으로 꼽히는 EU에서 무조건부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EU의 승인 결과가 다른 경쟁국의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연내에 주요국 심사를 모두 마무리하면 인텔에 1차로 70억달러를 납입하고 사업을 이전 받게 된다. 이후 2025년까지 남은 20억달러를 지불하면 인수 작업은 모두 끝이 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낸드 부문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낸드 시장 점유율은 4위에 머물러 있지만 인수 후에는 단숨에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과잉으로 한때 부진을 면치 못했던 낸드 업황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낸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낸드 출하량이 전분기보다 21%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 낸드 시장은 전년대비 30%대 중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안에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를 위한 심사를 모두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