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임금 교섭을 진행 중인 SK하이닉스(000660)와 전임직(생산직) 노동조합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양측이 각자 요구안에서 물러나지 않으면서 교섭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사는 전날 청주사업장에서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4차 임금교섭을 진행했다. 노조가 직무급과 경력급 등을 합쳐 지난해 대비 정액 36만원 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정액 약 24만원 인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직의 연봉은 직무급, 경력급, 업적급 등으로 이뤄진다.
회사는 앞서 세 차례 걸친 사측 제시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라고 노조에 요구했으나 노조는 회사에 추가 제시안을 내놓으라고 맞섰다. 이날 임금교섭은 수차례 정회와 교섭을 이어간 끝에 이렇다 할 합의 없이 그대로 끝났다.
회사 측은 교섭을 마치기 위해 다양한 제안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으나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태도다. 이에 노조에 회사의 처지와 고민을 고려해 차기 교섭에서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노조는 장시간 논의를 거듭했으나 회사가 제시한 인상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은 현재 '영업이익의 10%'까지인 임직원 초과이익배분금(PS) 상한선 폐지를 놓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조는 PS 지급 한도를 초과하는 영업이익에 대해 제도화하지 않는다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했던 노사간 합의를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회사는 이를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으며 추후 실적이 예측되는 시점에 별도협의회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루자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사진/뉴시스
현재 SK하이닉스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이천·청주 전임직 노조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가 있는데 전임직과 기술사무직 노조 별도로 임금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31일 기준 이천사업장 가입대상 8131명 가운데 8045명이 노조에 가입했고 청주사업장 5230명 가운데 5187명이 가입한 상황이다. 기술사무직 노조 조합원은 가입대상 1만5000여명 가운데 1800여명 정도다.
올해초 SK하이닉스는 직원 성과급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회사가 1월말 "기본급의 400%(연봉의 20%)를 지난해 성과급으로 주겠다"고 공지하자 직원들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늘었는데 성과급은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급기야 입사 4년차의 한 직원이 이석희 최고경영자(CEO) 사장에게 "성과급 기준을 직원들에게 밝혀달라"고 공개 질의 메일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SK하이닉스는 직원 사이에서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받은 PS 산정 기준 지표를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또 앞으로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전임직 노조와 회사는 27일 이천사업장에서 다시 만나 5차 임금교섭을 벌인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