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손정민 씨 친구 A씨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관련 게시물 작성자에 대해 명예훼손죄 등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경찰은 지난달 손씨가 반포 한강공원에서 실종돼 사망하기까지의 과정을 한달째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네티즌 수사대를 자처하는 이들과 유튜버들이 일부 사실을 근거로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펴고 있다.
한 누리꾼이 지난 15일 보고서를 빙자해 123쪽 분량으로 작성한 파일도 그 중 하나다. 문서에는 A씨가 약물로 손씨 목숨을 앗아갔다는 주장이 담겼다. 그는 "A는 평소 손군을 안좋게 생각하고 있었고, 기회를 봐서 죽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A는 손군이 CCTV 없는 한강에 살고, 해양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야간 술자리 동선으로 그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했고, 완벽범죄를 계획해 그대로 실행해 죽였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A씨의 '진짜 인생'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그가 서울 소재 의대 진학에 성공판 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겉으로 보기에 손씨 살해 동기가 없지만 내면이 피폐하고, 자기애성 인격장애와 반사회성 인격장애 등이 복합적으로 공존한다고 단정했다. 해당 문서는 다른 카페와 블로그 등에 공유되고 있다.
유튜브에는 광고 수익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음모론 영상이 게시되고 있다. 한 채널은 A씨 전화 녹음파일이라며 일부 목소리를 들려준 뒤 기존에 제기된 의혹을 열거한다. 사람이 쓴 문장을 목소리 재생 소프트웨어가 읽는 식이다. 제목에는 A씨가 손씨를 살해할 계획이 있었다고 단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17일 공개된 이 영상은 26일 오전까지 11만1100여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에는 광고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해시태그에는 사건과 관련 없는 유명 연예인 이름과 프로그램 제목이 나열돼 있다. 무속인들도 제목에 '진실'과 '실체' 등을 넣으며 관심을 구하고 있다.
이렇게 A씨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할 경우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 경찰은 지난 25일 위법 사항을 검토하는대로 법적 조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형법에 따르면,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출판물을 통해 명예훼손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피의자가 아닌 A씨를 범인으로 특정하는 게시물 대부분이 인터넷으로 유통된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수도 있다. 사람을 비방하기 위해 정보통신망으로 거짓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해당 게시물에 대한 댓글로 A씨에게 욕설을 할 경우, 모욕죄로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A씨를 범인으로 단정한 게시물 중 사실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으로 경찰이 입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A씨가 어떤 방법을 이용해 손씨를 살해했다는 식의 게시물은 사실 여부를 따질 수 있다. 이 경우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야 수사하지 않는다.
A씨가 평소 손씨를 어떻게 생각했고, 그의 내면이 어땠는지에 대한 추정은 해당하지 않는다.
댓글 등으로 욕설한 경우에 해당하는 모욕죄는 친고죄여서 A씨가 고소해야 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인터넷에 100%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자기 생각을 게시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먼저 형사적으로 처벌해서 형사판결 유죄를 받아 놓고 명예훼손에 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중권 법무법인 거산 변호사는 "(A씨를) 범인이라고 특정하는 부분은 명예훼손이 될 수 있지만, 사실을 다툴 수 없는 의견 표명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며 "(손 군 사망이) 내사종결로 끝날 경우, A씨 측에서 심하게 단정적으로 범인으로 몰아간 사람을 법적 조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강에서 숨진 대학생의 친구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제목으로 쓴 유튜브 동영상.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