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았던 대만이 백신 확보 등에 차질을 빚으면서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본격화된 지역감염으로 강력한 방역 제재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백신 수급까지 난항을 겪으며 여론만 악화되는 실정이다.
26일 대만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역사회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302명이 추가로 발생했으며, 2명의 해외 유입 확진자가 발생했다. 추가 보고된 사망자는 11명이다.
대만은 그간 성공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왔으나 최근 광범위한 지역사회 감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26일 공개한 '코로나19 회복력 순위'에서 대만은 지난 조사 대비 10계단이나 하락해 15위를 기록했다.
지역감염 확산에는 대만 정부의 방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4일 성인 오락장과 클럽, 찻집 등으로부터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됐다. 이날 쑤전창 행정원장(총리)은 "더 많은 경험과 자원이 쌓였다. 경보 수준을 높일 필요가 없다"고 자신했으나 다음날 차이잉원 총통은 국경을 재봉쇄하고 오락시설 폐쇄, 학교 수업 온라인 전환 등 경보를 상향했다.
이 같은 대만 정부의 번복은 국민의 신뢰를 잃기 충분했으며, 차이잉원 총통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대만 대만민의기금회(TPOF)는 지난 17~20일 만 20세 이상 유권자 108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차이 잉원 총통의 지지율이 45.7%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차이잉원 총통의 지지율이 50% 아래로 붕괴된 건 지난해 1월 연임에 성공한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를 진행한 TPOF의 유인룽 이사장은 "최근 대만의 국내 감염이 급증한 것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만은 백신 수급도 난항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대응을 너무 잘한 탓에 백신 도입이 늦어졌다. 대만 인구는 2400만명에 달하지만 현재 백신 접종은 70만여회에 그치는 상황이다. 대만이 수입한 백신은 전량 아스트라제네카(AZ) 제품으로, 모더나 백신은 2000만회분을 계약했으나 공급이 미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대만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을 구매와 관련 중국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에 나섰다. 26일 차이잉원 총통은 집권 민진당 회의에서 "독일 바이오엔테크와의 백신 계약은 중국의 개입으로 성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만은 지난 2월 바이오엔테크와 백신 구매 계약 체결 직전 단계까지 갔지만 바이오엔테크 측이 돌연 이를 번복했다. 당시 대만 정부는 중국 측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시사했지만 공개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중국 제약사 푸싱의약 그룹은 지난 3월 바이오엔테크 백신의 공급권을 확보했는데,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 마카오, 대만까지 공급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2월 백신 구매 계약을 눈앞에 뒀던 대만은 중국의 압박이 작용해 바이오엔테크가 입장을 바꿨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대만의 주장을 부인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대만이 중국에서 백신을 확보할 채널에는 막힘이 없다"며 "대만이 백신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막다른 길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의 코로나19 감염 경보가 3단계로 올라간 후 18일 타이베이의 코로나19 신속 검사센터에서 보호장구를 착용한 의료진이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