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집단 성폭행’ 가해자의 '반성쇼'와 상소

입력 : 2021-05-28 오전 6:00:00
2018년 7월 한 10대 소녀가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열 네 살, 경찰 수사 결과 또래 남학생들이 중학생이던 그 소녀를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는 소녀의 시신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딸은 돌아오지 않았다. 가해자들은 강간과 위계 추행,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가해자들에게 장기 7년에 단기 5년, 장기 6년에 단기 4년,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징역형을 각각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은 “(피해자는) 강간을 당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는) 가정의 불화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피고인은) 무죄이고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을 비롯해 수년간 진행된 공판은 피해자 유족들도 지켜봤다. 
 
피고인들은 재판부에 반성문을 써냈다. 반성문은 감형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작량감경이 가능하다.
 
피고인들은 결국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아냈다. 지난 14일 항소심은 주범격인 피고인에게 장기 4년에 단기 3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장기는 3년 단기는 2년이 줄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한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고인들 중 주범은 이마저도 불복했다.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 심리로 올라갔다.
 
피고인들의 거듭된 상소로 사건이 발생된지 3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피고인들은 어느새 성인이 되어 대학을 다니며 사회생활도 하고 있다. 그러나 딸의 싸늘한 주검을 마주한 2018년 7월 19일 이후 피해자 부모의 시간은 멈춰 있다.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피고인의 기본적 방어권이다. 그러나 죄증이 분명한데도 무죄 주장과 동시에 반성문을 제출하면서 감형을 꾀하는 것은 아무래도 순수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성범죄 사건의 경우 수사는 물론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족이 겪는 피해는 악몽의 그 시간과 결코 다르지 않다. 이 악몽은 매번 되풀이된다. 2차, 3차를 훨씬 넘어선 피해가 반복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사건의 상고심 판단을 주목한다. 대법원의 판단은 피해자 부모에게 끝내 냉담하지 않기를, 사법부에 대한 수많은 피해자들의 의문에 마침표를 찍어주길 바란다.
 
박효선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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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