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국내 주식시장에 제조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서비스업 등 실물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 여파 이후 주식시장과 실물경제 간의 괴리가 커진 만큼, 수출·제조업 위주의 대외 충격이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실물경제 대표성 분석(산업별 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코스피지수는 코로나 위기 이전인 2019년 4분기보다 45.2% 상승한 반면, 국내총생산(GDP)은 0.4% 증가에 그쳤다. 고용과 서비스업 GDP의 경우는 각각 1.5%, 1.0% 감소했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실물경제 대표성 분석(산업별 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코스피지수는 코로나 위기 이전인 2019년 4분기보다 45.2% 상승한 반면, 국내총생산(GDP)은 0.4% 증가에 그쳤다. 출처/한국은행
주가가 실물경제에 비해 높은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국내외 거시금융정책의 완화기조 및 경제주체의 가격 상승 기대에 따른 영향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의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제조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실물경제는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 시가총액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2020년 평균 68.6%에 이른다. 이에 반해 실물경제에서 제조업의 평균 부가가치 비중은 36.3%에 불과하다.
서비스업은 시총에서 27.3%다. 실물경제에서 서비스업 비중은 51.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고용 비중으로 따지면 서비스업(67.3%)과 제조업(18.6%)의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한은 관계자는 "시총 상위기업만 보더라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체가 대부분"이라며 "상장기업이 실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부가가치는 10%, 고용은 4%대로 낮은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상장기업의 시총이 실물경제의 부가가치와 고용 변화를 얼마나 잘 반영하지를 알아보기 위한 '비대표성 지표' 추산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시총의 부가가치 비대표성 지표를 보면 전산업은 30%, 제조업 23%, 서비스업 40% 등의 수준이다. 비대표성 지표는 0%에서 100% 사이의 값으로 지표가 높을수록 시총의 실물경제 대표성이 낮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서비스업 시총이 실제 부가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도가 제조업의 두 배에 이르는 것이다.
한은 보고서에는 코스피가 우리나라 전체 실물경제보다 제조업 중심의 상장기업을 대표한다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차별적인 영향을 주는 충격이 발생할 경우 주식시장과 실물경제가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수출·제조업 비중이 커 대외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기선행지표로 주가를 이용할 때 우리나라 주가가 전체 경제가 아닌 제조업 생산과 수출에 대한 정보를 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한다는 게 한은 보고서의 설명이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실물경제 대표성 분석(산업별 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코스피지수는 코로나 위기 이전인 2019년 4분기보다 45.2% 상승한 반면, 국내총생산(GDP)은 0.4% 증가에 그쳤다. 사진은 은행 딜러룸 모습. 사진/뉴시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