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CJ대한통운(000120)의 노조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는 판정을 내렸다. CJ대한통운이 택배 대리점 소속 택배 노동자의 사용자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반박하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중노위는 지난 2일 'CJ대한통운-택배노조 사건'에 대한 판정 회의를 열고 CJ대한통운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정을 내렸다. 기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사용자가 아니어서 교섭 의무가 없다'는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앞서 전국택배노조는 작년 9월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다며 서울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지난해 3월 원청인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용자는 본사가 아닌 계약 당사자인 대리점'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상 택배사는 대리점들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점은 택배 기사들과 계약을 맺는다.
서울지노위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와 직접적 계약 관계가 없다고 보고,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교섭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지노위가 작년 11월 이 사건을 각하 처리하자 택배노조는 올해 1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택배 노조의 손을 들었다.
택배노조는 이날 "원청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며 "정당한 판결이고, CJ대한통운 뿐만 아니라 우체국, 롯데, 한진, 로젠 등의 택배사 모두에 적용되는 판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번 판결은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에 대한 교섭권을 인정하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CJ대한통운은 교섭장에 나와 과로사,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노위의 결정은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와 직접 계약을 하지 않았음에도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는 결과로, 택배 외에도 산업계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법원에서 이번 결정을 받아들인다면 단체협상 의무가 없었던 원청 기업들에게 하청업체 노조가 단체협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 선례가 생기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성명을 통해 "중노위의 이번 결정은 대법원의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 법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법적 근거가 없는 결정을 내려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단체교섭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계약의 내용을 집단적으로 형성·변경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에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사용자'가 되기 위해선 조합원과 개별적 근로계약관계가 당연히 전제돼야 한다"며 "대법원도 일관되게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인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로 판단하고 있고,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사용자성을 부정해 왔다"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은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 판단을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은 대법원 판례는 물론 기존 중노위, 지노위 판정과도 배치되는 내용으로 다툼의 여지가 많다"며 "중노위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며 결정문이 도착하면 검토 후 법원에 판단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