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철강업계 미국 수출의 걸림돌이었던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이 논의되면서 국내 업체 수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현지 철강 수급난이 심각한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규제 완화 시 국내 업체의 미국 수출 물량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에서는 무역확장법 232조 규제를 완화하는 무역보안법 통과를 논의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우방국들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하면서 무역확장법 232조는 개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제조업체들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에게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조치 때문에 제조 원가가 높아진다며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를 즉시 철폐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행한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품목에 대해 수입을 제안하거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따라 미국은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씩 관세를 매기는 조치를 단행했다.
한국은 고율 관세 대상국에선 제외됐지만 수출 물량을 최근 3년간 평균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수출 쿼터제'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미국 수출량은 연간 268만톤을 넘기지 못하게 됐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세계 철강 수출량은 약 2889만톤이었는데 이 중 미국 물량은 약 194만톤에 그쳤다. 무역확장법 232조가 시행된 2018년 수출량은 254만톤을 기록했고 규제 전인 2017년에는 354만톤, 2016년에는 374만톤을 수출한 바 있다. 미국으로 향한 철강 수출액은 2017년 37억달러에서 2019년 30억달러 이하로 감소했다.
미국 내부에서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이 논의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사진은 세아제강 강관. 사진/세아제강
최근 현지 건설경기가 살아나 철강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 쿼터제 폐지 후 수출은 활발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열연 가격은 숏톤(907kg)당 161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는 10.1%, 1년 전보다는 무려 222% 급등한 수준이다. 미국은 철강 제품을 대부분 자급자족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가격이 치솟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강사들의 경우 전체 수출 중 미국 비중은 대부분 한 자릿수 대인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무역확장법 232조 시행 전부터 미국이 한국산 철강 제품에 높은 관세를 적용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미국 비중을 줄이게 됐다"며 "고율 관세에 대한 부담이 사라진다면 수출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세아제강이다. 세아제강은 원유와 가스, 태양광에 쓰이는 강관을 주로 제조하는데 미국 비중은 전체 매출의 2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미국에 생산공장을 두고는 있지만 국내 공장에서 제조해 수출하는 비중도 상당해 무역확장법 규제 완화 시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