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김도기 기사가 떠났다. 하지만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에서 김도기를 연기한 이제훈은 아직까지 김도기의 손을 놓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제훈의 입에서는 다음 이야기,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많이 나왔다. 그만큼 이제훈에게 김도기라는 캐릭터는 인생 캐릭터였다.
‘모범택시’는 “정의가 실종된 사회, 전화 한 통이면 오케이”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이제훈은 드라마가 종영한 것에 대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연기를 하다 보니까 힘이 됐다. 그러다 보니 작품에 몰입하고 더 애정이 갔다”며 “이런 작품을 다시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한편으로는 ‘모범택시’ 이야기가 이렇게 마무리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훈은 ‘모범택시’를 또 보고 싶은 시청자들의 마음이 잘 전달이 되면 또 이야기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꿈을 꾼다고 전했다.
이제훈이 연기한 김도기는 전 육사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자 현재 무지개 운수 택시기사다. 그는 살인자에게 엄마를 잃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엄마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탓에 그와 유사한 상황이 생기면 호흡 곤란을 겪는다. 이제훈은 김도기에 대해 “어머니를 여의고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라서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며 “김도기가 해결사 모습이 있기 때문에 가볍지 않고 묵직하게 다가가고 싶었다”고 했다.
이제훈은 ‘모범택시’ 대본이 강렬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처음 1, 2부 대본을 보고는 스스로 경험하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화가 나고 울분을 토하고 싶은 감정적인 부분이 다가왔다”며 “김도기를 통해 보는 분들에게 나쁜 놈들을 응징하고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도기가 사적 복수를 하는 부분을 시청자들에 이해해줄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컸다고 했다. 이제훈은 “그래도 왜 복수를 해야하는지 명확한 스토리 라인이 있었다”고 탄탄한 대본을 믿고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모범택시 이제훈 인터뷰. 사진/피알제이
드라마는 장애인 노동 착취, 학교 폭력, 불법 영상 유포, 웹하드 업체 회장의 직원 폭행 등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현실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사적 복수를 펼치는 ‘모범택시’에 많은 시청자들이 환호를 했다. 이제훈은 사적복수에 대해 “사적 복수에 대해 촬영을 할 때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극악무도한 사회악이 활개치지 못하게 가두는 것이 맞는지 많이 고민을 했다”며 “그들도 사람이기에 인권에 대한 부분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런 걸 넘어서 ‘모범택시’를 두고 보자면 어디까지 가두고 사설 감옥이 가득 차면 확장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옳고 그름에 대한 부분을 드라마 후반부에 이야기한 측면이 적절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실 사적 복수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열광을 한 것은 현실에 대한 무기력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제훈은 만약 시즌2가 된다면 더 이상 사설 감옥 이야기가 없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김도기는 극 중 사건 해결을 위해서 범죄 집단에 잠입을 했다. 이에 이제훈은 김도기를 연기하면서도 사업가, 학교 선생, 신입사원, 조선족 등 다양한 부 캐릭터를 선보였다. 이제훈은 “에피소드마다 부캐를 자유롭고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캐릭터를 준비함에 있어서 시간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완벽하게 부캐를 연기할 수 있었던 건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미리 준비했던 것이 도움이 컸다고 했다.
이제훈은 “그 전부터 염두하고 생각했던 것이 어떤 캐릭터를 맡을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캐릭터에 대해 정리와 나열을 스스로 준비를 해왔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좀 더 어디로 튈지 모르고 나사가 풀린 인물을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캐릭터를 생각해 왔던 것들이 이번 작품을 통해 끄집어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고무적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제훈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9, 10회에 등장한 왕 선생 부 캐릭터였다고 밝혔다. 그는 “도전적인 캐릭터임에도 즐기면서 할 수 있었던 건 시청자들이 첫 회부터 애정을 가지고 드라마를 좋아해 주셨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 ‘모범택시’의 또 다른 이야기가 쓰여진다면 재미있는 부캐가 있을지 떠올리게 된다. 변호사, 판사, 의사 같은 캐릭터를 아직 해보지 못했는데 ‘모범택시’를 통해서 부캐로 선보이는 상상을 해본다”고 말했다.
모범택시 이제훈 인터뷰. 사진/피알제이
이제훈은 배우가 아닌 자신이 비어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우 이제훈으로 설명되는 것이 많지만 그냥 사람 이제훈으로는 뭔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없는 비어 있는 사람이다”며 “특별한 취미, 특기가 없다. 그냥 영화,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하고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 특별한 걸 나열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소재가 없는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심한 부분도 있지만 계속 작품을 통해서 꿈과 상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영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제훈은 지금까지 쉼없이 달려왔다. 그는 “보통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을 염두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지금은 예정된 작품이 없다”며 “빨리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작품을 내가 받아들이고 캐릭터로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이제훈의 모습을 꿈꿔본다”고 새로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다음 작품이 있어야 살아 숨쉬는 기운을 얻게 된다. 지금은 ‘모범택시’가 끝났다는 공허함이 가득한 게 사실이다”며 “이를 채울 수 있는 건 다음 작품이다”고 했다.
모범택시 이제훈 인터뷰. 사진/피알제이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