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검찰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던 김오수 검찰총장의 의견을 뿌리치고 인사를 서두른 것은 검찰 인사에 대한 현 정부의 기조를 굳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장은 전날 박 장관과 검찰고위간부 인사와 관련한 협의 후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며 "2시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의견을 드리고 설명도 했지만, 저로서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후 검찰 내부에서는 박 장관과 김 총장이 한번쯤 더 만나 인사 논의를 한 뒤 다음주 월요일인 7일쯤 인사가 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돌았다. 이런 분위기는 4일 오전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박 장관은 이날 바로 인사를 단행했다.
현 정부 전 검찰 인사에서 주요 몇자리를 제외하고는 검찰총장의 입김이 센 것이 관행이었다. '법무부와 검찰은 한 몸'이라는 전통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가장 먼저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시작됐다. 추미애 전 장관 때부터는 이 기조가 더 강해져 검찰총장을 인사에서 사실상 배제했다.
추 전 장관은 검찰청법 34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법 34조 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돼 있다. 검찰 인사에서 검찰총장은 의견을 말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박 장관은 검찰 인사와 관련해 이 조항의 해석을 더 좁고 정제하게 해석했다. 전날 김 총장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지만 박 장관은 "아주 충분히 자세하게 들었다"고 했다. 김 총장의 의견을 더 들을 필요는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둘 사이에 어떤 이견이 있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박 장관은 이마저도 "의견 충돌을 얘기할 계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전격적인 인사 발표로 김 총장으로서는 초반부터 면이 깎이게 됐다는 평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