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기업 분할을 결정한 회사들의 주가가 '물적' 분할인지 '인적' 분할인지의 선택에 따라 희비가 갈리자, 투자자들도 분할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에도 물적분할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아 소액 주주들이 기피하는 이슈다. 전문가들은 물적분할이 일시적으로 주가 가치를 희석시킬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사업 전문화와 경영 효율화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SK텔레콤(017670)은 전일 대비 1.83% 오른 33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SK텔레콤은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는데, 장중 3.5%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물적분할 이슈로 주가가 하루만에 11% 넘게 떨어졌던
만도(204320)는 이날도 1.38% 하락세를 이어갔다.
기업 분할의 방식에 따라 두 기업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분할에는 두가지 방식이 있는데, 인적분할은 분할된 사업부문의 소유권을 기존 주주들도 동일하게 갖는 방식이다. 물적분할은 사업부문을 분할한 후 신설법인의 지분을 기업이 100% 보유하는 방식인데, 주주들은 새 회사 주식을 받지 못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물적분할의 경우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가 크게 반영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도의 경우와 같이 물적분할로 세워질 신설법인이 향후 성장에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가져가지 못했을 경우 향후 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 증자나 지분매각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때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도뿐 아니라 지난해엔
LG화학(051910)이 배터리 사업부문을 LG에너지솔루션에 떼어내는 물적분할을 결정해 주주들의 비난을 받았다. LG화학 주가는 물적분할 결정 소식 이후 하락세를 걷다 올 초 105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앞두고 주가 희석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현재 8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특히 LG화학의 경우처럼 분할해 나간 기업에 '알짜 사업'이 있는 경우, 존속회사가 껍데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주주 반발은 더 크다. 만도 역시 신설법인에 자율주행 부문을 떼어준다.
다만 전략적으로 기업 입장에선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이 필요한 경우들이 있다. 송선재 연구원은 "지분 희석을 만회하는 건 성장성인데, 장기적으로는 물적분할은 사업 부문 전문화 관점에서 나쁘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적분할을 할 경우엔 대주 가능 지분율이 낮아 자금유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모든 물적분할이 주가에 악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 4월
하이브(352820)(구 빅히트) 역시 물적분할로 음반·매니지먼트 사업을 떼어내는 물적분할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후로도 주가는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설법인이 상장하거나 하지 않으면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될 일이 없기 때문에 아무 영향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SDI(006400)도 지난 2015년 케미칼 사업을 떼어내 신설법인을 매각하는 물적분할을 단행했는데, 역시 1년여간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분할 발표 후 주가는 최저점인 7만5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다만 이후엔 사업 전문화를 이끌어낸 성공적인 물적분할이라고 평가됐고, 실제로 주가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힘입어 주가는 60만원을 웃돌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분할 자체가 기업 가치와 연결되는 건 아니며, 이후 해당 기업의 가치가 충분히 반영된 상태로 분할이 일어나는지, 해당 기업의 가치가 분할을 통해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지 등이 더 중요한 투자 요인"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