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고의로 일부 계열사와 친족 현황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족 지분 100%를 보유한 연암·송정·대우화학등 5개사와 친족, 주주·임원이 계열사 직원들로 구성된 ‘평암농산법인’이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의 동일인(총수)인 박문덕 회장을 공정거래법상 지정자료 허위제출 혐의로 검찰 고발한다고 14일 밝혔다.
위반 내용을 보면, 하이트진로가 대기업 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지난 2017~2018년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5개사와 친족 7명을, 2017~2020년 '평암농산법인'을 고의로 누락했다.
공정위는 매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을 지정하기 위해 각 기업 집단의 동일인(총수)으로부터 계열사·친족·임원·계열사 주주·비영리법인 현황, 감사 보고서 등의 '지정 자료'를 제출받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숨긴 계열사는 연암·송정·대우화학·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 등 5곳이다. 연암·송정은 박문덕 회장의 조카들이, 대우화학 등 3개사는 아들·손자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13년 연암·송정이 계열회사로 미편입 됐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으나, 2019년 공정위로부터 지적받기 전까지 계속 누락 자료를 제출했다. 박문덕 회장은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연암·송정의 친족 독립 경영 여건을 만든 뒤 계열사에 편입하는 방안을 계획했지만, 2014년 누락 여부를 알리지 않기로 했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이 지정자료를 허위 제출함에 따라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하이트진로 사옥. 사진/뉴시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이 자산 총액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된다는 언론 보도를 확인한 뒤 하이트진로가 대기업 집단에서 빠질 것을 예상하고, 대응 방안 진행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우화학 등 3개사는 계열사 직원들도 박문덕 회사의 친족 회사로 인지했을 정도로 하이트진로와의 내부 거래 비중이 컸다는 것이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특히 계열사인 하이트진로음료가 2016년 대우컴바인 설립 직후 자금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이유로 거래 계약을 맺는 데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2018년까지 거래 비중은 급격히 상승했다.
또 하이트진로음료는 자사의 사업장 부지를 대여해 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이 생산·납품할 수 있도록 해왔는데, 이는 해당 거래가 시작된 2006년 이후 2020년까지 다른 납품업체에는 적용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아울러 박 회장은 평암농산법인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지정 자료를 제출할 때 고의로 누락했다. 하이트진로는 2014년 평암농산법인의 계열사 누락 사실을 확인한 뒤 처벌 수위를 검토했고, 하이트진로홀딩스 역시 이 자료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회장은 지난해 공정위 현장 조사에서 평암농산법인의 누락 사실이 밝혀진 뒤에야 편입 신고 자료를 냈다. 누락된 이들은 대우화학 등 3개사의 주주·임원인 친족 등이다.
성 과장은 "이들은 박문덕 회장이 이미 인지하고 있던 친족"이라면서 "이들이 보유한 미편입 계열사는 공정위 등 규제 기관과 시민단체 등의 감시 사각지대에서 내부 거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런 허위 지정 자료 제출에 관한 박 회장의 인식 가능성이 현저하거나,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연암·송정이 계열사 목록에서 빠져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고치지 않은 점, 지정 자료 허위 제출로 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정 자료 허위 제출 행위의 중대성 또한 상당하다고 봤다. 일부 계열회사는 누락 기간이 최장 16년에 이르렀다.
성 과장은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막는 근본이 되는 지정 자료의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감시 활동을 계속하겠다"며 "위법 행위가 적발되면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