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용윤신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에서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논란이 재현되면서 공공부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노노간 갈등 해법이 요구되고 있다. 건보 고객센터 노조가 ‘직고용’을 요구하면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반면, 공단 정규직 노조는 ‘역차별’로 맞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실효적인 중재안과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 사옥. 사진/뉴시스
15일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조에 따르면 고객센터 노조는 지난 10일 공단의 직고용을 요구하는 등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는 지난 2월에 이은 두번째 파업이다. 현재 노조는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다른 공공기관이 콜센터 직원을 직접고용한 만큼 자신들도 직고용을 해달라는 입장이다.
고객센터 노조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건보공단 고객센터는 업무 처리 하나하나 공단에서 지시를 받고 있고, 시설 장비도 모두 다 공단의 것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운영 방식이었던 국민연금, 근로복지공단 콜센터 모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1단계로 지정됐는데, 건보공단만 유독 고객센터를 민간위탁으로 분류해 3단계 지정했다"고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총 3단계의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1단계는 중앙행정기관·지자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교육기관, 2단계는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 3단계는 민간위탁 사업이다.
때문에 건보공단은 1단계인 기간제 직원 57명에 이어 청소, 경비, 운전, 시설관리 등 업무지원직 636명에 대한 정규직화를 마쳤다. 이에 반해 공단 고객센터는 3단계인 민간위탁기관으로 개별 기관이 자율적으로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15일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조에 따르면 고객센터 노조는 지난 10일 공단의 직고용을 요구하는 등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노동조합이 직고용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지난 10일 총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노노 입장차 '뚜렷'…공단,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 가동
이에 건보공단은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를 통한 고객센터 업무수행방식에 대해 여러 모델들을 검토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오는 18일 3차 사무논의 협의회가 예정돼 있다"며 "지금의 민간위탁 방식으로 갈거냐 자회사로 할거냐 등 적정 운영방식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는 공단 관계자 2명, 외부 전문가 5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당초 건보공단은 이해관계 당사자인 고객센터와 건보공단 노조 양측 모두를 참여시켜 총 9명으로 구성하려 했지만 공단 노조가 참여를 거부해 성사되지 못했다.
문제는 기관의 수장마저 투쟁 전선에 나서면서 불거졌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단식 농성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고객센터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건보공단노조는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에 참여하라"며 "두 노조가 이런 결정을 내릴 때까지 단식을 하며 기다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오는 22일까지 전국 지부장 현장 간담회를 예정하고 있다.
건보공단 노조 관계자는 "현실적인 해결 방법으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제3섹터' 방식인 사회적 기업방식 또는 협동조합 방식으로의 전환을 제안할 것"이라며 "또 근본적 해결 방법으로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통합 고객센터공단'의 설립을 강력하게 요구해 정부의 책임 있는 해결을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일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로비에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전문가들 "정부 개입·대화가 해결책"
이번 사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매듭 질 수 밖에 없는 문제로 보고 있다. 제2, 제3의 인국공 사태가 봇물처럼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도출해야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이미 한국도로로공사 같은 곳은 자회사 전환 방식이라는 다소 편법적인 방식을 택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규정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노가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데 집단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니 도로공사 같은 편법이 자꾸 등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정규직화를 시도하면서 특정 조직 내에서 풀 수 없는 문제가 자꾸 발생해 한계가 노출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훈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 소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과의 연대정신 발휘를 주문했다.
이정훈 소장은 "인국공에서 비롯된 계속된 관계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칫하면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 노조가 협의체에 참여해 함께 논의하고 반대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회의 석상에 와서 토론을 통해서 주장을 좁혀가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해결책은 협의체에서 결정하는 것에 따르기로 하고 협의체를 충실히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며 "'직고용이 답이다, 현재 운영이 답이다' 정해놓고 가는 게 아닌 모두 수용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놓고 협의체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조용훈·용윤신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