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장이 병사 먼지털이식 징계…부친 불러 "제보 말라" 협박

선임자 있어 경례 안 했는데 '대 상관범죄' 꼬투리
소속 간부들에게 "병사 과거 잘못 다적어라" 지시도

입력 : 2021-06-16 오후 3:01:42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육군 제21사단 제31여단의 대대장이 소속 부대 병사를 징계하기 위해 '먼지털기'식 징계를 추진하면서 병사의 아버지까지 부대로 불러 "외부에 제보하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 관련 인권단체 군인센터는 16일 "육군 제21사단 제31여단 모 대대장이 소속부대 병사 A씨를 징계하기 위해  상식을 초월하는 엽기적 행각을 벌였다는 사실을 제보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24일 단체 이동 중 B 대대장을 마주쳤다. 단체이동 중 최선임자만 경례를 하기 때문에 A씨는 개별적인 경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B 대대장은 A씨가 '대 상관범죄'를 저질렀다며 중대장을 불러 A씨를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A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 위해 소속부대 간부들에게 A씨의 과거의 사소한 잘못들까지 일일이 적어오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소대장과 면담 중 맡은 보직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 점(간부 협박) △당직근무 중 30분간 생활관에서 취침한 혐의(근무 태만) △점호 시간 이후 공중전화를 사용한 혐의(지시 불이행) △대대장에 대한 경례 미실시(상관모욕) 등이 A 병사의 징계 사유로 지적됐다.
 
센터는 간부들이 적어낸 A씨의 과오 사항은 당시 큰 문제 없이 넘어간 사안이었다고 주장했다. 간부협박의 경우 소대장과 A씨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마쳤고, 점호 이후 공중전화 사용, 근무 중 취침은 이미 상관으로부터 질책을 받고 마무리 된 사항들이었다.
 
그럼에도 B 대대장은 A씨에게 진술서를 제시하며 해당 내용을 부인할 경우 작성에 참여한 간부들을 모두 처벌하겠다고 겁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B 대대장의 위력 행사는 계속됐다. 그는 사건 발생 이틀 만인 지난 4월26일 A씨의 아버지를 부대로 호출했다. B대대장은 A씨 아버지에게 '아들이 대상관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하려 한다'며 윽박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호소했고, B 대대장은 그때까지의 상황을 '외부에 제보하지 않겠따'는 각서를 쓰게 강요했다. 만일 이를 어기고 SNS 등으로 알릴 경우 형사처벌도 불사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A씨 아버지는 망설이다 구두로라도 약속하라는 B대대장의 엄포에 마지못해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대에 징계위원회가 구성됐으나 A 병사의 가족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출하면서 징계절차는 여단으로 옮겨졌고, 징계 사유 중 경례 미실시와 상관 협박은 삭제됐다. 지난달 25일 열린 여단 징계위원회에서 A병사는 당직 중 취침과 점호 시간 후 공중전화 사용 혐의가 인정돼 군기교육대 5일 처분을 받았다.
 
그 뒤로도 대대장은 A 병사의 형이 국방헬프콜에 이 사건과 관련한 도움을 요청한 사실을 알게 되자 소속 부대원을 모두 모아놓고 "국방헬프콜에 전화해도 소용없다"고 압박했다고 센터는 덧붙였다.
 
또 A 병사가 징계 항고권을 행사하기 위해 항고이유서를 제출하자 행정보급관은 항고이유서 글자 수 제한이 없는데도 '글자 수가 많다' '200~300자로 다시 써오라'며 항고장 수리를 거부하기도 했다.
 
센터는 "지휘관이 징계권을 남용·악용해 사실상 '원님 재판'이나 다름없는 무법한 상황을 만드는 행태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해당 대대장과 항고권 방해 연루자의 직권남용에 대한 즉각적 수사와 엄중 처벌, A 병사의 항고권 보장을 강력히 촉구한다. 아울러 대대장을 즉각 보직 해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 CI. 출처/군인권센터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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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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