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른바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 수사와 관련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관여 여부를 두고 군인권센터와 검찰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당시 수사를 위임전결로 처리했더라도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윤 총장이 이를 확인하고, 책임을 졌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군법무관 출신 박지훈 변호사는 25일 "쿠데타를 모의하는 등 중요한 사건이지 않나"라며 "이는 위임전결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윤석열 당시 지검장)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기소이유통지서에 직인이 찍힌 이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위임전결 규정을 바꾸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령 문건 원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지열 변호사는 "위임전결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정도의 중요한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처리했느냐가 문제라고 본다"며 "맡겨 놓고 알아서 하도록 한 것이라면 그게 더 문제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내 결재 시스템의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아마 최종 보고는 받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에 관한 검찰 수사의 책임을 두고 군인권센터와 대검찰청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검찰 마크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 24일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합동수사단이 지난해 11월13일 발급한 불기소이유통지서를 공개하면서 "당시 판단의 최종 책임은 합동수사단장이었던 서울중앙지검 노만석 조사2부장의 상관인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불기소이유통지서에는 발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돼 있고 직인도 찍혀 있다"며 "합동수사단이 기존 검찰 조직과는 별개의 독립수사단이었다면 왜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관할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검은 같은 날 자료를 내고 "독립된 수사단의 경우 정식 직제 기관이 아니므로 수사단 명의로 사건을 등록해 처리할 수 없는 절차적·기술적 문제, 관할 등을 이유로 독립된 수사단에 소속된 검사를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직무대리 발령한 후 서울중앙지검 명의로 사건을 처리해 온 것은 널리 알려진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또 "그와 같이 합동수사단도 서울중앙지검 명의로 사건을 처리했고, 전산 시스템상으로도 합동수사단 처리 사건이 불가피하게 서울중앙지검 사건으로 등록돼 관리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 의혹을 수사중인 노만석 군검 합동수사단 단장이 지난해 11월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청에서 계엄령 문건 관련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