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일본 정부가 서울중앙지법이 한국 내 재산 목록을 공개하라고 명령한 것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6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올 1월의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국제법 및 한일 양국 간 합의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으로서는 (위안부 소송 등과 관련해) 한국에 국가적인 책임을 지고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계속 강하게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일본 정부에 한국 내 재산목록 공개 명령을 내렸다. 원고 측은 일본 정부가 판결이 확정된 후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손해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에 일본 정부의 한국 내 재산을 공개토록 해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이 소송에서 일본 정부는 주권을 가진 국가가 다른 나라 재판관할권을 면제받는다는 국제관습법상 원칙인 '국가면제'(주권면제)를 내세워 응하지 않았다. 1심 판결 이후 항소도 하지 않아 패소가 그대로 확정됐다.
가토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이 명령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대응 계획을 밝혀 달라는 질문에 "한국 내 사법 절차에 대해선 논평을 삼가겠다"고 직답을 피한 뒤 재산목록 공개 명령의 뿌리가 된 올 1월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천명하는 형태로 재산 공개 명령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역사문제가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한일 외교장관 간 합의 등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이에 배치되는 한국 법원의 판단은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시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20년 5월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사진/뉴시스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