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 제공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최대어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그룹이 사실상 승기를 잡은 가운데, 유통라이벌인 롯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는 인수전에서는 발을 뺐지만 내실 다지기와 다른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할 전망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3조원 수준으로 이베이코리아의 입찰가를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베이코리아 본사가 매각가로 제시한 약 5조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검토 결과 당초 기대보다 당사와의 시너지가 크지 않고, 인수 이후 추가 투자와 시장 경쟁 비용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 관점에서 인수 적정 금액을 산정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확정시 향후 이커머스 업계가 쿠팡, 네이버, 신세계 3강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롯데는 롯데온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체질 개선을 통해 성장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출범한 롯데온의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시장 평균치를 밑돌았다. 네이버(28조원)나 쿠팡(24조원)에 비해 한참 뒤처지며, 신세계 SSG닷컴(4조원)보다 앞섰지만, 거래액 신장률이 7.0%에 그쳤다.
롯데는 고객 유인을 위해 각종 전문관을 강화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방침이다. 롯데백화점·마트·슈퍼·롭스·하이마트·홈쇼핑·닷컴 등 7개 계열사를 통합했지만, 단순히 계열사별 쇼핑몰만 모아 놓은 데 그쳤다는 평이 많았는데, 채널 융합에 집중해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는 M&A를 비롯한 외부와의 협업 등을 계속해서 검토하면서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요기요 예비입찰에 불참하기는 했지만, 라스트마일 서비스 강화 측면에서 시너지가 커 요기요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요기요 몸값은 최대 2조원으로 추정돼 본입찰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현재로선 검토나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롯데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과 신사업 투자를 위해 적극적인 자산 유동화 작업을 해왔다. 지난 2019년부터 백화점과 마트 부지를 처분했으며, 올해 5월에는 월드타워 관련 지분 등을 매각해 롯데쇼핑에서만 약 3조4000억원을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실탄을 차별성과 경쟁력을 가진 플랫폼에 투자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승자의 저주'를 피한 롯데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장기 관점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규모의 경제에서 밀려나지 않는 과감하고 전략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