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노른자' 판자촌, 개발 지지부진에 땅값만 올랐다

개발 이익 기대감에 보상 금액 놓고 SH·토지주 마찰
SH공사는 공시지가, 토지주는 인근 아파트 기준 원해
시간만 보내는 사이 두 마을 보상가 1조원 이상 추정

입력 : 2021-06-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 강남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과 성뒤마을이 이주자 보상 문제 등을 놓고 개발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토지주들은 정부가 공공개발을 이유로 오랫동안 그린벨트로 묶어 놓고 이로 인해 저평가된 보상 규모를 제시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SH공사 측은 보상 기준은 공시지가에 따른 감정평가 기준을 따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구룡마을과 성뒤마을은 1970~1980년대 전후 무허가 판자촌으로 형성된 곳이다. 수십년 이상 살았던 원주민들은 토지주가 아니더라도 관련법에 의한 보상 대상이 된다.
 
갈등의 시작은 두 마을의 입지 때문이다. 서울의 판자촌은 강북권 보다 강남권의 입지가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 등은 언덕에 위치한 달동네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 이용이 힘든 편이다.
 
반면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과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은 강남 평지의 노른자 땅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서울에서 매매가가 높기로 유명한 고급 아파트들이 즐비하고 도로·교통 등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서다. 장기간 무허가 판자촌인 상태로 있어도 막대한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원주민들은 입주권을 보장 받거나 인근 시세에 맞는 토지 보상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413가구의 공공주택이 들어서는 서초구 성뒤마을은 현재 원주민 50가구가 살고 있다. 사진은 18일 성뒤마을 전경. 사진/윤민영 기자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초구 성뒤마을에는 2만4100㎡의 부지에 지상 7층 규모의 공공주택 413가구가 들어선다. SH공사가 빠르면 올해 안으로 강제수용을 집행할 예정이다. 강제수용이 진행되면 이 마을에 살고있는 거주민들이 본인들의 거주 의사와 상관 없이 감정평가 기준대로 책정된 보상금을 받고 이주해야 한다. 현재 SH공사가 토지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해 보상 규모 측정을 준비하고 있다.
 
성뒤마을은 시가 민간 개발 이익을 막기 위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고 지분적립형 1호 사업지로 선정한 곳이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분양가의 20~25%만 내고 입주한 뒤 나머지를 20~30년에 걸쳐 내는 방식으로 분양된다.
 
그러나 이곳 원주민들은 대부분 80대 기초수급자들로 이뤄져 있어 실질적인 입주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공공임대는 인근 시세의 80% 수준의 임대료가 책정돼도 입주 시점의 시세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구룡마을은 26만6502㎡의 부지에 공공임대 등 400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 건립 계획이 들어섰다. 현재 공공임대 비율과 공급 방식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공공임대 비율이 높아질수록 토지주들에게 돌아가는 개발 이익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서는 임대주택이 아닌 특별 공급으로 자가 소유의 입주권을 보상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미 지난해 12월31일에 끝났어야 할 도시개발사업은 시작도 첫삽도 못 떴다. 도시개발사업이 완료돼야 그 다음 단계인 공공주택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두 마을에서 개발이 당초보다 늦어지는 사이 보상 규모는 긴 세월 동안 3000억원에서 5000억원, 1조원으로 불었다는 소문도 나논다. 구룡마을보다 사업 속도가 빠른 성뒤마을의 경우 사업시행자인 SH공사가 서울시, 토지주와 함께 각각 선정한 3개의 감정평가법인의 결과를 바탕으로 보상규모를 측정할 예정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아직 감정평가가 완료되지 않아 보상규모가 확실치 않고 그로 인한 분양가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감정평가가 완료되는 대로 오는 7월부터 토지주와 보상협의가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기자가 찾은 강남구 개포동 성뒤마을에서는 토지주와 원주민들이 SH공사를 상대로 입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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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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