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애'-'범죄 공모' 구분 못하는 군 문화 심각"

'우리가 남이냐'는 군인식이 '사건 은폐·무마' 원인
진급이라는 공통된 이해관계로 조직적 가담
사건 해결 측면만큼은 '지휘책임·연대책임' 전향적 검토 필요

입력 : 2021-06-2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군대 내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지만 사건에 대한 은폐·무마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사건·사고의 진상규명 보다는 지휘관의 불이익 막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을 계기로 다시 커지고 있지만 이같은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언론과 여론은 군수사체계를 비판하고 있지만 '전우애'와 '범죄은폐'를 혼동하는 군대 문화가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범죄 은폐는 곧 범죄 공모로 이어진다.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군의 악습이다.  
 
군 수사기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뒤 전역한 한 영관급 장교는 "군 조직원 스스로가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이 크게는 군 외부에 대해, 작게는 본인들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세력을 만날 때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이 전역 장교는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만 봐도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전우로 보지 않았지만, 가해자 본인들과 그들의 직속상관, 심지어는 군수사기관 최고위급까지 이번 사건을 위기로 인식하면서 사건 은폐·수사무마로 일관한 것은 이른바 '전우애'가 발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그것은 '전우애'를 가장한 범죄 공모임을 본인들은 모르고 있다. 그것이 군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야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영관급 출신의 또다른 전역 장교는 "사건에 대한 군의 대응은 모두 자신과 직속상관, 부하들의 진급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대에서 발생한 수사나 조사의 경우 전 과정이 지휘관에게 보고되고 그의 지휘를 받는다"면서 "지휘관이 지휘책임을 지기 때문에 수사나 조사 결과에 따른 불이익을 고스란히 받게 되는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훈장교 출신의 또다른 전역 장교는 "지휘관은 자대에서 발생한 사건이 최대한 외부로 노출되지 않거나 축소되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각급 부대 지휘관 역시 직속상관으로부터 인사평가를 받는데, 사건 규모가 크면 클수록 해당 지휘관에 대한 인사평가는 박하기 마련이다. 결국 해당 지휘관은 진급에서 밀려 군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역장교는 이 "'사건의 규모'는 해당 사건 자체 보다 군 밖 민간사회에 알려질 경우 더 커진다"고 했다. 외부로 사건이 알려지지 않도록 사건·사고 발생부대의 지휘관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진상 은폐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번 공군 제20비행단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도 마찬가지다. 군사경찰단장이 국방부조사본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성추행 사실을 고의적으로 누락시켜 허위보고 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20비행단의 군사경찰과 같이 규모가 작은 곳의 경우 인사권을 쥐고 있는 지휘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사건을 무마하려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의혹은 서욱 국방부장관에게까지 뻗어 있다. 
 
한 군법 전문 변호사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같은 지적을 했다. "군대는 폐쇄적이고, 각종 사고와 관련해 지휘관이 책임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은폐·무마 사건이 많다"면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면 지휘관의 통솔에 따라 사건을 감추는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군이 조직 문화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은 끝없이 반복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성범죄 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는 한 변호사는 "적어도 성범죄 만큼은 군 조직우너 각자가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범죄를 먼저 인지한 뒤 적극 보고하고 조사에 협조하는 지휘관이나 관리자들은 설령 과실이 있더라도 분명한 이익을 부여하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모 준위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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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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