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중국이 이미 저가공세로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OLED 시장에서도 추격이 거세다.
27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 점유율 15%를 차지하고 내년에는 27%로 상승할 전망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는 2017년 0.1%에 불과했으나 내년 13%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80%에서 올해 77%, 내년 65%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사진/삼성디스플레이
OLED는 LCD와 달리 휘거나 구부릴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업체들이 빠르게 OLED 패널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가성비 좋은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군이 늘면서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OLED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은 물량공세가 가능하다. BOE는 중국 충칭에 6세대 OLED 공장을 세우고 있다. 또 다른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 TCL의 자회사 CSOT는 일본과 손잡고 TV용 대형 OLED 패널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CSOT는 지난해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 JOLED와 자본제휴를 맺고 약 200억엔을 출자했다.
중국의 이같은 전략은 치킨게임으로 치달았던 LCD 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19년 중국의 TV용 LCD 저가물량 공세로 국내 업계의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생산량을 축소했다.
최근 들어 TV 수요가 늘면서 LCD 생산을 내년까지 연장했지만 이미 생산량을 많이 줄인 상태다. 이로 인해 옴디아는 중국이 올해 LCD 시장에서 점유율 60.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11%로 크게 뒤처진다.
게다가 중국이 최근 LCD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장 큰 수혜를 보는 모습이다. BOE는 지난 1분기 글로벌 업계에서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위에 올랐다. 무려 77억달러의 매출고를 올리며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중국의 공세가 LCD를 넘어 OLED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OLED 관련 국내 인력 및 기술유출을 주도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중국이 LCD 기술격차를 좁힌 만큼 현재 한국이 주도하는 OLED 시장마저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OLED TV를 상용화하기 위해 R&D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아직 한국을 쫓아올 만한 기술력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OLED, 미니 LED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