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정체된 정제마진으로 고민하던 정유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수요가 회복으로 방향을 틀며 정제마진이 오르고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1~2달러대에 머물던 정제마진은 하반기 수요회복에 힘입어 이르면 7월부터 상승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일 치솟는 국제유가에도 코로나19 여파에 좀 처럼 살아나지 않던 수요가 최근 눈에 띄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값으로, 업계 수익성을 가능하는 핵심 지표다. 수급에 민감한 정제마진은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며 줄곧 침체를 겪고 있다. 지난해 2월 이후 월 평균 기준 단 한번도 배럴당 3달러를 넘지 못하고 1~2달러선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업계가 판단하는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이 4~5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크게 하회한 수치다.
이는 최근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에도 정유업계가 웃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4월 배럴당 -37달러(WTI)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최근 70달러 중반선을 회복하며 2018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유가 상승시 정유업계가 재고평가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최근 유가 상승 배경이 실질적 수요 증가가 아닌 공급제한인 만큼 일회성 이익에 그칠 가능성이 커 마냥 반길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의 컨 리버 유전지대 전경. 사진/AP뉴시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반기 수요 증가와 함께 정제마진 역시 상승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함께 휘발유 제품은 물론, 항공유 수요 역시 이달 중순부터 확연한 증가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석유 수요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해온 석유수출국기구(OPEC) 역시 6월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를 2019년 대비 96% 수준까지 상향했다.
가장 타격이 컸던 항공 분야 역시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지난 20일 미국 항공 여행객이 210만761명으로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항공업계가 하반기 국제선 운항 재개 계획을 속속 밝히고 있는 국내 역시 지난 5월 항공유 수출량을 전년 대비 5.6% 끌어올리며, 수요 증가 효과를 보고 있다. 이동제한 조치가 보다 원화된 6월 통계는 보다 높은 폭의 회복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거진 델타 변이 등을 예의주시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증권업계 역시 수요 회복에 기인한 정제마진 회복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정제마진은 회복세인데 유독 한국·중종 정제마진 회복이 더딘 이유는 두 지역이 정제유 수출국으로 수입국의 가동률이 후선 회복한 뒤 정상적 수입이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정유사 가동률은 최근 5주간 5.9%포인트 상승한 미국 정유사 가동률이 2~3포인트 상승시 과거 최대치에 도달하는데, 업체들이 가동률을 상향하며 수입량이 늘어날 때 정제마진은 급등할 수 있어 한달 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6월 넷째주 미국 정제가동률이 92.2%라는 높은 수치에도 불구 석유제품 재고는 감소했다"라며 "세계 경기회복와 이로 인한 석유수요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내다봤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