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말말말'…"10원 한 장 피해 준 적 없어"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검찰조직론자'
'추-윤 갈등'에서도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부하아냐"
X파일 의혹에 '공작 정치' '불법 사찰' 반발

입력 : 2021-06-29 오후 1:00:00
[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야권 유력 대선 주자 반열에 올려놓은 배경에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부하가 아니다"라는 직설적인 화법이 크게 작용했다. 다만 그간 윤 전 총장의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권력의 부당한 압박에는 항명으로 저항하는 '반골' 기질과 조직을 보위하는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함께 엿볼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당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직은 사랑하고, 사람에게는 충성하지 않는다" 
 
지금의 윤 전 총장의 이미지는 2013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탄생했다. 정갑윤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여주지청장이었던 윤 전 총장에 "혹시 조직을 사랑하느냐"라고 묻자, 윤 전 총장은 "대단히 사랑하고 있다"라고 답한다. 에이 정 의원이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은 아니냐"라고 되물었고, 윤 전 총장은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국정원 댓글 개입 사건을 수사하다 여주지청으로 좌천된 윤 전 총장의 이 말은 권력의 부당한 억압에 대한 저항으로 비치며 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았지만, '검찰조직론자' 윤 전 총장의 속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윤 전 총장의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라는 말은 7년이 지나 검찰총장이 된 후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반대하고, 검찰 조직을 보위하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말로 변주됐다.
 
2016년 12월 윤 전 총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했다. 그는 자신을 좌천시킨 박근혜 대통령에 '보복 수사를 할 우려가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인가"라고 되받아쳤다. 이는 윤 전 총장을 공권력에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는 인물로 부각시켰고,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은 후 부인 김건희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부하 아니다"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취임한 윤 전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 수사에 착수하고, 검찰개혁에 반대하며 본격적으로 정부·여당과 대립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법무부 장관)이 "윤 전 총장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지적하자, 윤 전 총장은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닌가"라며 반박했다.
 
또 윤 전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질의에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장관은 기본적으로 정치인이다. 정무직 공무원"이라며 "전국 검찰을 총괄하는 검찰총장이 장관의 부하라면, 수사와 소추라는 것이 정치인의 지위에 떨어지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이나 사법의 독립하고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핵심으로 한 여당의 검찰개혁 추진에는 "검수완박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이후 계속 검찰개혁과 자신의 징계와 감찰 여부를 놓고 추 장관과 대립하던 윤 전 총장은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지난 3월 검찰총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 사이 윤 전 총장은 잠재적 야권 대선 주자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3월 검찰총장 재직 시절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모 의혹 '10원 한 장', X파일 '공작정치'
 
검찰총장 사퇴 뒤 대선 주자가 된 윤 전 총장은 이슈에 따른 메시지 전달에 집중했다. 윤 전 총장은 41주년 5·18민주화운동 메시지에서는 "어떤 형태의 독재와 전체주의든 이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며 "역사의 교훈을 새겨 어떤 독재에도 분연히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독재'와 '전체주의'라는 표현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 아니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자신과 처가를 둘러싼 의혹 제기에는 '10원 한 장', '공작정치'라는 표현을 쓰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 전 총장은 처가 관련 의혹에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다"라며 "내가 약점 잡힐 게 있었다면 아예 정치를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윤석열 X파일'에 대해선 "출처 불명의 괴문서로 정치 공작을 하지 말라"며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한 것이라면 명백한 불법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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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