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HMM(011200)이 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추가 발주하며 세계 해운사들과 몸집 겨루기에 나섰다. 호황으로 자금 사정이 넉넉해진 세계 해운사들의 규모의 경제를 꾀하기 위한 선박 발주가 한창인 가운데, 이번 몸집 불리기 전쟁으로 해운업계 판도가 바뀔 전망이다.
30일 HMM에 따르면 회사는 1조7776억원을 투자해 1만3000TEU(6m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새로 도입한다. 주문한 선박은 2024년까지 모두 받는다는 계획이다.
HMM은 2018년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새로 주문해 현재 모두 인도받은 상태다. 프랑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날 기준 HMM의 선복량은 세계 8위 규모인 84만2192TEU며 점유율은 3.4%다. 선복량은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양을 말한다.
이번에 주문한 1만3000TEU급 12척까지 더하면 선복량은 99만8192TEU로 확대된다.
HMM이 초대형 선박 20척을 도입하자마자 신규 발주에 나선 건 세계 10위권 내 해운사들이 선박 수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가파르게 오른 해상 운임은 코로나19 이후에는 다시 하락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업계에선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꾀하면 생존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건 세계 2위 해운사 스위스 MSC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MSC는 이날 기준 87만5676TEU(48척)를 신규 주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말 발주량은 72만4760TEU(40척)였는데, 한 달 사이 약 15만TEU(8척)를 또 주문한 것이다.
주문한 선박을 모두 받은 후 MSC는 세계 1위 선사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1위인 머스크는 4만6306TEU만을 신규 주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앞으로 대규모 주문을 하지 않는다면 2년 후 MSC의 선복량은 머스크보다 약 70만TEU 앞설 것으로 보인다.
MSC 다음으로 선박 발주량이 많은 곳은 대만 선사 에버그린으로, 71만2318TEU(71척)를 주문한 상태다. 5월 말 기준 에버그린의 신규 발주량은 69만189TEU였는데 2만TEU가량 늘었다.
세계 7위 규모인 에버그린이 주문한 선박을 모두 받으면 선복량은 207만4703TEU로 대폭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선박을 인도받는 데 걸리는 2년여 후 8위 HMM과의 선복량 차이는 기존 약 52만TEU에서 108만TEU로 커진다.
아울러 6위 일본 선사 원(ONE)의 자리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58만6396TEU 선복량을 확보한 원은 26만6644TEU(15척)를 신규 발주한 상황이다. 주문한 선박을 모두 인도한 후 선복량은 185만3040TEU로 늘지만 에버그린보다는 22만TEU 적은 수준이다.
4위 CMA CGM 또한 3위 코스코(COSCO)보다 25만TEU가량 주문량이 많다. 이에 따라 선박을 인도받은 후에는 3~4위 순위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HMM의 경우 이번 신규 주문으로 9위 양밍해운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밍해운은 HMM보다 약 5만TEU 적은 10만9932TEU를 발주한 상태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