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미국의 제재로 통신장비,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화웨이가 반도체 공장을 세우며 기술자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장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자립 역량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30일 디지타임즈 등 외신을 종합하면 화웨이는 내년부터 후베이성 우한연구개발센터 내에 구축한 21만제곱미터(㎡) 규모 광통신(Optoelectronic Chip) 반도체 생산설비를 단계적으로 가동한다.
특히 미중간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통신장비업체이자,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가 통신장비에 쓰이는 광통신 칩 생산을 앞두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미국의 제재로 통신장비,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빗고 있는 화웨이가 직접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며 기술 자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뉴시스
화웨이는 우한뿐 아니라 상하이에도 공장을 세웠다. 상하이 공장에선 올해 말까지 28나노미터 공정 칩을 생산하고 내년 말까지 5세대(5G 이동통신) 통신장비나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TV에 탑재되는 20나노 공정의 칩도 생산할 계획이다.
화웨이의 이같은 행보는 미국의 반도체 수급 제한 규제에 맞서 기술자립을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화웨이가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해서 수급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반도체는 양산 성공 여부보다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을 높이는게 중요한데, 화웨이는 생산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제재로 통신장비,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빗고 있는 화웨이가 직접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며 기술 자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는 사이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때 애플,
삼성전자(005930)와 함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던 화웨이는 지난 1분기 4%까지 떨어졌다. 반면 중국 샤오미와 오포, 비보가 각각 14%, 11%, 1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선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어 장기적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500억달러(170조원)를 지원하고 있다. 당장은 미국의 견제로 중국 반도체산업 발전이 조금 더딜지 모르지만, 선제적으로 투자한다면 향후 반도체 경쟁력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밖에 없다"며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경험치를 쌓아 수율을 높여가는 것이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