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김원웅 광복회장이 미군은 점령군이고 소련군은 해방군이라는 발언을 한 뒤 한 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역사를 왜곡한다"며 광복회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가운데 김 회장은 같은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이 지난달 경기 소재 한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보낸 영상강연에서 광복 이후 북한에 들어간 소련은 해방군이고 남한에 들어온 미군은 점령군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 알려졌다.
김 회장은 영상에서 "맥아더 장군이 남한을 점령하면서 '우리는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다. 내 말을 안 들을 경우에는 군법회의에 회부해서 처벌하겠다. 모든 공용어는 영어다'라는 포고문을 곳곳에 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미국에다가 보고서를 올렸다"며 "'남한을 일본에 이어서 미국의 실질적인 식민지로 써야겠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북한에 들어온 소련군의 포고문에 대해서는 '조선인이 독립과 자유를 되찾은 것을 축하드린다. 조선인의 운명은 향후 조선인이 하기에 달렸다. 조선 해방 만세'라고 쓰여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지내며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보고서를 많이 접할 기회가 있었다"고도 말했다.
김 회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야권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망언이 도를 넘어 막장 수준"이라며 "소련군을 해방군이라는 것은 그들이 자처해서 그랬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6·25 전쟁은 북한이나 소련이 주장하는 대로 우리가 침략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대한민국과 국민에 대한 모욕으로 치가 떨리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고등학생들에게 공산 진영의 거짓 선전선동을 그대로 주입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역사 왜곡 망언을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애국가를 부정하고, 친일 프레임으로 국민을 편 가르며, 남북 분단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잘못된 역사관을 서슴없이 드러내던 분"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더는 침묵하지 말고,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의 허은아 의원도 "그의 망국적 사관에 동의하는 사람은 북한의 김정은뿐"이라며 "한 명의 잘못된 리더가 광복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게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야권의 거센 비판에도 김 회장은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해방 후 한반도에 진입한 미군과 소련군은 각각 포고령을 발표했다. 소련군 치스차코프는 스스로 '해방군'임을 표방했지만 미군 맥아더는 스스로 '점령군'임을 밝히고 포고령 내용도 굉장히 고압적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나는 '역사적 진실'을 말한 것뿐이다. 한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한국인을 무시한 맥아더를 비판해야 한다"며 "맥아더의 한국 무시 사실을 밝힌 것을 비난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광복회의 관리·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의 황기철 처장은 김 회장의 발언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황 처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논란이 될 수 있고 더욱이 고등학생들한테 그렇게 발언했다는 자체가 상당히 유감"이라며 "광복회에 사실 내용을 파악해 우려를 표명하든지 다른 방법이 있으면 강구해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원웅 광복회장.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