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100억달러 넘게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2859억6000만달러로 지난 4월 2788억7348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달 2742억2000만달러에서 117억4000만달러가 급증했다. 이같은 증가폭은 지난해 5월 142억9000만달러, 지난 2004년 11월 142억달러 이후 사상 세번째 기록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 2008년 3월 2642억4566만달러에서 감소세로 돌아서 그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외환보유액이 급감했다. 11월에는 2005억592만달러까지 감소해 외환위기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지난해 빠른 경기회복속에 외환보유액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 1997년 11월 외환위기 발생 당시 244억달러, 12월 204억달러까지 감소했던 외환보유액이 12년7개월만에 14배 급증한 것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문한근 한국은행 국제국 국제기획팀 차장은 이같은 외환보유액 급증에 대해 "운용수익이 늘은 데다 유로화·파운드화 등의 강세로 인해 이들 통화표시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6.6%가 상승했고, 파운드화 가치도 5.04% 증가했다.
7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유가증권 2450억3000만달러(85.7%), 예치금 363억9000만달러(12.7%), 특별인출권(SDR) 35억달러(1.2%), IMF포지션 9억6000만달러(0.3%), 금 8000만달러(0.03%)로 구성됐다.
외환보유액이 급증하면서 적정 외환보유액 논란이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5월30일 한은 창립 60주연 국제 콘퍼런스를 앞두고 배포한 개회사를 통해 "국제 금융위기와 최근 유럽 재정위기에서 신흥시장국은 위기의 원인이 아니었는데도 심각한 환율 급변동에 시달려야 했다"며 "그래서 급격한 외화자금 유출을 조절하려고 외환보유액을 확충해온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외환보유액을 얼마나 많이 쌓아야 충분한지는 잘라 말하기 어렵다"며 "대규모 외환보유액 확충은 잠재적인 비용을 수반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결국 과다 외환보유 논란은 근거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외환보유액 급증으로 전세계 외환보유액 순위도 6위에서 5위로 한계단 올라설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6월까지는 인도가 2757억달러, 한국 2742억달러로 줄곧 인도가 5위였지만, 100억달러가 넘는 증가세로 인해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