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내년부터 실내용 자율주행 로봇이 본격 상용화될 예정이다. 실외용은 내후년쯤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 개발 흐름에 발맞춰 배송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요를 차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반 로봇이 미래 성장 산업으로 떠오른 가운데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이사가 현재 개발중인 자율주행 로봇 상용화 일정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로보티즈(108490)는 지난 1999년 설립돼 2018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로봇 솔루션 전문업체로 최근 로봇 기반 대규모 실외배송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가 자사에서 신규 출시된 로봇용 감속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이선율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로보티즈 본사가 위치한 마곡동 일대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결제해 예약시간에 맞춰 배달로봇이 식사를 배송하는 시연을 하며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
국내 도로 교통법상 규정된 공공도로에서 상용화된 앱을 통해 로봇 주행으로 음식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는 로보티즈의 시범서비스가 첫 사례다. 현행법상 원래 실외 자율주행 로봇은 공공 도로 보도 통행이 불가능하지만 로보티즈는 지난 2019년말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승인받아 이러한 서비스 시연이 가능했다.
로보티즈의 자율주행 로봇. 사진/로보티즈
그간 로보티즈는 로봇업체들의 부품 아웃소싱 B2B(기업간거래)시장에서 이름을 알리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2003년부터 로봇의 관절역할을 하는 모듈인 엑츄에이터(다이나믹셀)과 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다양한 기업에 납품해왔고, 현재 디즈니리서치, 아마존, 도요타, 덴소, 구글, 퀄컴 등 글로벌 굴지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선 LG전자와 협업관계를 이끌어냈다. 지난 2018년 LG전자는 로보티즈가 진행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0.12%를 취득하며 3대 주주로 올라있는 상태다.
코로나19 여파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로보티즈의 행보를 보면 서비스 로봇 플랫폼 사업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그중 자율주행로봇은 2009년 처음 양산해 배송로봇을 중심으로 기술·서비스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실내용 자율주행 로봇의 경우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로보티즈는 자율주행 로봇과 관련해 국내외 10여곳과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병수 대표는 "초기 연구용으로 터틀봇3를 1만5000대 규모로 시장에 내놓았는데 절대적 숫자는 많지 않지만 당시 업계에서 기술력을 놀랍게 평가했던 제품이었고, 회사 이름을 더 알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가 마곡동 본사에서 자율주행 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선율 기자
자율주행 로봇은 사실 로봇업계에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영화 속 로봇처럼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부여받은 임무를 정확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통신과 AI(인공지능) 기술이 뒷받침돼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외용 자율주행 로봇은 더욱더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로봇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3D맵 기반의 내비게이션 기술이 적용되는데 실내에서는 움직임이 적어 안정적 성능 구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외에서는 빛의 세기가 강한 데다 GPS와 인공표식인 랜드마크 등 새롭게 기술을 추가해야하기 때문에 사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 로봇은 내비게이션 기술이 매우 중요한데 이용자가 어디있는지 알고 상대(물체)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서 “요즘 시대엔 5세대 이동통신(5G)과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외에서 자율주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시켜줬다. 특히 5G 기술은 데이터 전달에 지연이 적고 단가가 저렴한데다 국내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어 기존 LTE 대비 가격부담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연구용에서 벗어나 밖에서도 자율주행 로봇을 실용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김 대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로보티즈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다소 주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로보티즈는 개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한해동안 매출 170억원, 영업손실 2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에는 전년동기보다 20.7% 감소한 매출액 47억원, 영업손실 1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에서 조달하던 일부 부품이 차질을 빚었고, 교육용 로봇의 매출 감소 등이 영향을 끼친 탓이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 로봇 부문에 인력을 늘린 것과 부품 수급이 어려워진 점이 주된 이유로 올해말에는 흑자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부품 수급은 외부요인이라 어려움이 있지만 자율주행 상용화가 가시화되는 내년부터는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자율주행 로봇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장이 커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접한 나라인 중국이 자본력과 인구 경쟁력으로 무섭게 로봇 솔루션을 확장해오고 있는 것과 비교해 국내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어 불리한 조건이 많다고도 부연했다. 그는 “중국은 일단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오라고 독려하며 대대적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국내 모든 산업이 인구 문제로 경쟁력을 잃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뚝심있게 로봇사업 외길을 걸어오고 있는 그는 궁극적으로 자율주행 로봇 조기 상용화를 통해 1인1로봇 시대를 열겠다는 꿈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현재 인공지능이 접목된 서비스 로봇 시대가 열리면서 시장 벨류체인이 바뀌고 있다”면서 “시대 흐름에 적응해 (자율주행 로봇을) 시장 수요에 잘 맞춘다면 1인1로봇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