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최근 국민의힘 일부 대권 주자들이 제기한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대해 한국여성변호사회가 8일 "부처에 대한 몰이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여성변호사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정치권이 여성가족부가 남녀갈등을 조장하는 부처란 일부의 견해에 동조해 부처 자체를 없애겠다고 나선 것은 여성가족부에 대한 몰이해에 근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가부는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라면서 "여가부가 담당하는 저출산 문제, 다문화가족 문제,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문제는 남녀의 문제이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 구성원 전부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또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울 때 여가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충분히 숙고는 하였는가, 설사 여가부가 부족했다고 해도 부처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이 편의적 발상은 아닌가, 여가부의 개선 방향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은 하고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폐지론자들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젠더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젠더 갈등에 편승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고자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성변호사회는 "여가부는 양성평등 실현을 기치로 출범해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 지원, 디지털 성 착취물 삭제 서비스 제공 등 각종 범죄 피해자 지원 정책을 펴왔고, 특히 디지털성범죄자 지원 업무와 관련해서는 국제인권단체로부터 '타국가에 모범이 될 정도'라고 그 성과를 평가받기도 했다"며 "그밖에 양육비 이행법 추진, 여성의 일·가정 양립 추진 등은 여가부가 아닌 다른 부처가 수행하는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고위직 여성 임용 비율 증가의 필요성, 성별 영향 분석 평가제의 안착, 각종 예산을 양성평등 정책에 친화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문제, 지역구 국회의원 30% 여성 공천 등 정치·경제·사회 여러 영역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이 아직 필요하다"며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0 세계 성격차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153개국 중 108위로 최하위권이다. 아직 양성평등을 위해 걸어갈 길은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물론 현재 여가부의 역할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여가부의 폐지로 해결될 사안이라기보다 여가부 역할 개선 등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여성변호사회는 여가부 폐지에 반대한다"며 "여가부가 남녀 양성 모두를 위한 부처로 거듭나고, 아동과 여성, 가족에 관한 정책을 확대해 나가는 데 있어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2일 서울 양천구 kt체임버홀에서 열린 'CBS 제30·31대 재단 이사장 이·취임 감사 예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