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카스와 테라 등 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국내 맥주업계 1위와 2위가 가정시장을 두고 격돌한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여름 성수기를 맞아 캔맥주 가격을 인하하며 경쟁에 나섰다. 파업으로 맥주 공급에 차질을 빚었던 오비맥주는 임금 단체 교섭을 극적 타결하며 판촉전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000080)는 최근 테라 캔 제품(500ml)의 출고가를 15.9% 인하했다. 이에 앞서 오비맥주도 지난달 말부터 한맥의 캔 제품(500ml)의 출고가를 기존 대비 10.4% 낮췄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500ml 캔맥주 가격 인하에 나선 건 500ml 캔맥주가 가정시장에서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500ml 캔 제품은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4캔에 1만원 행사 제품에 포함돼 판매율이 높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것도 가격 인하 요인으로 꼽힌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모임 등이 제한되면서 여름 성수기 유흥시장에서 매출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가정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업체들의 판단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정시장과 유흥시장 매출 비중은 5:5에서 7:3으로 변화했다는 게 주류업계 중론이다.
가정시장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지난 4월 두 업체는 카스 실속팩, 테라 한정판 제품을 내놓으며 한 차례 맞붙은 적 있다. 오비맥주는 저렴한 375ml 8개 들이 카스 실속팩 제품을 내놨다. 이에 맞서 하이트진로도 기존 가격보다 15% 가량 저렴한 ‘테라x스마일리’ 제품을 한정으로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오비맥주 청주공장에서 맥주 카스가 출하되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주류 업체 내 분위기도 여름 성수기 경쟁 관전 포인트다. 최근 임단협에 따른 파업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었던 오비맥주는 정상화를 이룬 만큼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방침이다.
오비맥주 노사는 지난 15일 직원 임금 2.1% 인상, 격려금 인당 30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2021년 임금 및 단체교섭에 합의했다. 파업에 들어갔던 노조는 협상 타결 직후 업무에 복귀했다.
파업 기간 동안 오비맥주는 공급 차질을 겪었다. 주력 제품인 카스는 공급에 차질이 없었지만 버드와이저, 카프리 등은 공급에 문제가 생겨 GS25 등 일부 편의점 브랜드에서 발주가 중단되기도 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 맞은 만큼 소비자와 파트너 물량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테라 500ml 캔.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테라 성장세에 내부 분위기가 한껏 고무된 상황이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출시 3년차를 맞이한 테라는 지난 3월 기준 누적 판매량 16억5000만병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 시작된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78% 증가했으며 가정시장에서 120% 성장했다. 하이트진로는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목표로 올 여름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내걸었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본격적인 성수기에 접어든 만큼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치열한 주류 시장 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힘쓸 것”이라며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 맥주 시장의 판도를 뒤집어 1위 탈환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