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범죄 경력을 확인하지 않은 채, 보훈급여금 등을 지급한 국가보훈처의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보훈처의 보훈대상자 관리에 살인, 강도 등 중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 보훈급여금을 지급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가보훈처에 대한 정기 감사에서 총 183명의 부당 등록 보훈자를 발견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에게 잘못 지급된 급여는 119억원에 이른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관할경찰서로부터 중대범죄 사실을 통보받은 15명에 대해 판결문을 확인하지 않은 채 대상자로 등록, 작년 연말까지 21억원을 지급했다. 또 법원 판결문에 법 적용 배제 대상으로 확인된 신청자 7명에게도 6억원을 부당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유공자법은 살인·강도죄 등 중대범죄로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이 확정된 경우는 보훈 관계 법령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모든 보상을 중단(법 적용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등록관리 예규는 보훈 대상 등록 시 범죄경력을 조회하고 법원 판결문을 확인해 법 적용 배제 여부를 검토한다. 이미 등록된 보훈대상자도 연 3∼4회 범죄경력을 조회해 중대범죄 확정 사실이 확인되면 법 적용 배제 조치가 내려진다.
그런데도 보훈처는 2012∼2019년 이미 등록된 보훈대상자에 대해 최근 1년 이내 범죄경력만 조회하는 등 범죄사실 확인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 작년에는 이미 등록된 대상자의 전 기간 범죄경력을 조회하고도, 판결 일자가 2015년 이후인 범죄경력만을 판결문으로 확인했다.
이에 작년 말 기준 중대범죄 확정 후에도 등록된 145명, 등록 후 중대범죄가 확정된 16명 등 총 161명의 중대범죄 확정자가 보훈대상자로 등록돼 91억여원을 부당하게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국가보훈처장에게 부당 등록된 보훈대상자 183명에 대해 법 적용 배제 등 적정한 조치를 내리도록 통보했다. 등록자에 대한 범죄경력조회 시 등록 이전 범죄에 대한 조회 방안 마련도 촉구했다.
감사원 측은 보훈관계법령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야 할 사람이 보훈대상자로 등록돼 보훈급여금 등을 지급받는 일이 없도록, 보훈대상자에 대한 등록 및 사후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가보훈처에 대한 정기 감사에서 총 183명의 부당 등록 보훈자를 발견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난달 1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분향 및 참배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