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실거래가 띄우기' 2420건 첫 적발…수법 들여다보니

국토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반' 등기부등본 총 71만건 열람
실거래 거짓 신고·계약 해제 후 미신고 등 2420건 적발
규제지역 내 자전거래 의심 사례 12건 추가 적발

입력 : 2021-07-22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 공인중개사 A씨는 지난해 6월 시세 2억4000만원 상당의 처제 아파트를 3억1500만원에 딸 명의로 매수 신고 후 석달 뒤 해제 신고했다. 이어 A씨는 같은해 11월 아들 명의로 다시 해당 아파트를 3억5000만원에 매수 신고하고, 한 달 뒤 제3자에게 3억5000만원으로 중개했다. 결국 ‘실거래가 띄우기’로 얻은 시세차익은 1억1000만원에 달했다. A씨는 거래 완료 후 아들의 종전 거래에 대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지 않고 해제 신고했다.
 
# 중개보조원 B씨도 지난해 9월 시세 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본인 명의로 7950만원에 매수 신고했다. 이후 해당 아파트를 제3자에게 7950만원에 매매 중개해 2950만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B씨도 거래 성사 후 본인의 종전 거래를 해제 신고했다.
 
# C분양대행회사는 지난해 7월 자신들이 소유한 시세 2억2800만원 상당의 아파트 2채를 사내이사에 각각 2억9900만원과 3억400만원에 매도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와 사내이사·대표이사는 별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계약금도 주고받지 않았다. 이후 같은달 회사는 해당 아파트 2채를 제3자에게 각각 2억9300만원에 매도해 1억3000만원의 이득을 봤다. 거래 완료 후 대표이사·사내이사의 종전 거래는 모두 해제 신고됐다.
 
아파트 실거래가를 올려 계약을 해제하는 수법을 단속한 결과, 총 2400건 이상의 '실거래가 띄우기' 행위가 덜미를 잡혔다. '실거래가 띄우기'는 시세를 띄울 목적으로 아파트를 고가에 허위 계약, 신고하는 시장교란행위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반'는 지난 2월 말부터 부동산 거래 허위신고에 대한 기획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2420건의 불법 부동산 거래 허위신고를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기획반이 중점한 시장교란행위는 일명 '실거래가 띄우기' 수법이다.
 
특히 계약 해제 신고가 의무화된 지난해 2월 2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이뤄진 총 71만여 건의 아파트 거래 등기부 자료를 집중 조사했다. 앞서 기획반은 지난 4월 발표한 1차 기획조사에서 법인이 다운계약으로 아파트 10채를 집중 매수한 사례 등 244건을 적발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반'는 지난 2월 말부터 부동산 거래 허위신고에 대한 기획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2420건의 불법 부동산 거래 허위신고를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표는 거래신고 후 미등기 거래 사례 및 과태료. 출처/국토교통부.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거래신고가 있었지만 잔금지급일 이후 60일이 지나도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을 하지 않은 거래 2420건이 드러났다. 해당 건은 모두 '실거래가 띄우기' 수법이였다.
 
해당 사례 모두 과태료 처분 대상으로 허위로 거래신고를 했거나 계약 해제 후 해제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또는 정상거래 후 등기신청만 하지 않은 경우다. 거짓으로 거래신고하거나 해제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는 각각 3000만원,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등기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는 취득세 5배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기획반은 이번 조사에서 허위신고 등이 의심되는 거래도 선별해 실거래 조사도 병행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2월 21일부터 1년간 이뤄진 아파트 거래 중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내 특정인이 반복해 다수의 신고가 거래에 참여한 후 이를 해제한 거래 821건이다.
 
조사반이 거래당사자 간 특수관계, 계약서 존재, 계약금 수수 여부 등을 확인해 허위로 신고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중점 검토한 결과, 총 69건의 법령 위반 의심사례를 확인했다.
 
이 중 자전거래·허위신고로 의심되는 12건의 거래가 적발됐다. 즉, 가족간의 거래인 자전거래로 해당 단지 실거래가가 상승했다.
 
남양주 A단지의 경우 자전거래 이후 현재까지 28건의 거래에서 약 17% 높아진 가격 유지하고 있고, 청주 B단지의 경우 현재까지 6건의 거래에서 약 54% 높아진 가격 유지 중이다. 창원 C단지 역시 자전거래 이후 약 29% 높은 가격에 15건 거래됐다.
 
김수상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기획조사를 통해 소위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를 최초로 적발하는 성과가 있었다"며 "이번 한 번의 조사로 끝내지 않고 앞으로 면밀히 추적 분석해 '실거래가 띄우기'가 시장에서 근절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허위신고를 지금의 집값 상승 원인으로 확대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체 조사 대상 중 적발사례가 차지하는 비율이 채 1%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장교란 행위는 당연히 규제하는 사회악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시장교란 행위가 부동산시장의 '주류'로 (주택가격상승과 전세난 등의) 문제를 초래한 '원인'이라는 식으로 확대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기에 이를 한두 개로 콕 집어내 일반화하면 현실에 어긋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최근 제기되는 금리(인상), 지역의 개발호재, 인구, 산업발전, 사람들의 선호도, 규제 등도 모두 시장 영향요소"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거래 허위신고에 대한 기획조사를 진행해 총 2420건의 불법 부동산 거래 허위신고를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밀집 지역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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