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상반기 지주계 저축은행의 실적이 개선됐다. 그룹사 시중은행과 연계 영업으로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시너지를 낸 성과다. 다만 금융당국이 하반기부터 2금융 대출 규제 강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지주계 저축은행 당기순이익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순이익은 93억원을 시현했다.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되기 전보다 55% 상승했다. 총자산도 1조3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400억원가량 증가했다.
하나저축은행도 실적이 크게 신장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132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91% 뛰었다. KB저축은행은 당기순이익이 77억원으로 확인됐다. 전년보다 22% 감소했다. 대손충당금을 비롯해 만기 도래한 물가채 상환 따른 일시적인 손실이 반영된 탓이다. 다만 대출 취급이 늘면서 총자산 규모는 전년 대비 51% 늘었다.
이처럼 지주계 저축은행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은 중금리대출 공급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지주계 저축은행들은 그룹사와 시너지를 바탕으로 연계 대출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거부되거나 추가 대출을 원하는 고신용자를 흡수해 그룹사 수익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금리대별 대출 스펙트럼을 봐도 고신용자 비중이 일제히 늘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6월 기준 KB저축은행의 연리 10% 이하 대출 비율은 35.9%였다. 올 초 대비 16.2%p 증가했다. 신한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10% 이하 대출 비중이 11.7%에서 24.8%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하나저축은행은 고신용 대출 비율이 3.3%로 상승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실적 상승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당국이 저축은행 등 2금융을 대상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이미 당국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수준인 21.1% 이내로 맞출 것을 요구했다. 최근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적용하거나 중금리대출 증가율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상황이 이렇자 저축은행들은 하반기에는 점진적인 영업 확대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신규 고객 확보에 열중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의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수익을 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기업대출을 비중을 늘리는 복안도 갖고 있다. 한 지주계 저축은행 관계자는 "총량 규제를 준수하면서 햇살론 등 중금리대출을 확대하면 손익이 일정 보정될 수 있다"며 "기업대출을 확대하면 올해 목표로 설정한 당기순이익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금리대출 확대로 지주계 저축은행의 상반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간판.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