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보이스피싱에 정부 대출도 막혀…앞길 막막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연장에 자영업자들 불만 '폭발'
"제2금융권서 돈 빌려 보이스피싱에 1200만원 잃어"
"매출 없다고 대출 지원 심사서 탈락하기도"
금융권 대출 지원 9월 종료…금리 인상 가능성도
고장수 자영업비대위 대표 "정부, 빠른 판단 내려야"

입력 : 2021-07-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한마디로 죽을 맛입니다.”
 
정부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연장 조치가 발표된 23일 기자와 만난 자영업자 A씨는 “요즘 좀 어떻냐” 질문에 쓴웃음부터 지으며 이 같이 말했다. 서울 화곡동에서 7년째 중국집을 하고 있다는 A씨는 되레 기자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반문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내달 8일까지 연장돼 매출 피해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1월 지방에서 무인카페를 연 박 모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박 씨는 현재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80만원을 내고 업장을 운영 중이다. 개업 당시엔 제1금융권 대출을 받지 못해 제2금융권에서 약 20%에 이르는 금리로 6000만~7000만원을 대출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금리 부담이 높아진 박 씨는 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기 위해 정부 대출 지원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업력 제한과 재원 고갈을 이유로 거부 당하기 일쑤였다. 여기에 제1금융권 은행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까지 당해 약 1200만원을 잃기도 했다.
 
박 씨는 “먼저 받았던 대출을 갚아야 더 싼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가족과 지인들에게서 돈을 빌려 보이스피싱 범인이 알려준 계좌로 입금했는데 문자 내용이 너무 감쪽 같아서 의심조차 할 수 없었다”고 황망해했다.
 
수도권에서 작은 여행사를 운영 중인 한 모씨는 아예 대출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씨는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신용보증재단의 대출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 받아 대출 신청을 했지만 매출이 없다는 이유로 심사에서 탈락했다.
 
한 씨는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인데 여행사 매출이 제로인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대출 지원도 1000만원 밖에 안 된다길래 큰 도움도 안 될 것 같아 미련 없이 포기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더 큰 문제는 현재 금융권이 자영업자 대출에 대해 만기 연장이나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지만 이 같은 금융 지원이 오는 9월이면 종료된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한국은행에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약 831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자영업자 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연 이자 부담은 약 5조2000억원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이 현실화 된다면 자영업자들의 연쇄 도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정부는 소상공인 금융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특히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의 경우 기존 900만원이었던 최대 지원 금액을 상향 조정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최대 3000만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일부 자영업자들은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하소연 한다. 광화문에서 호프집을 운영 중인 김 모씨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출이 70% 하락했다. 무엇보다 오후 10시 이후 영업 제한이 걸리면서 2차 술자리를 가는 사람이 줄어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김 씨는 “정부 지원금 900만원으로는 그동안 밀린 전기세나 기타 관리비를 내기에도 빠듯하다”면서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광화문은 특히 저녁 장사가 중요한데 재택 근무도 늘어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더 줄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고장수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지금 자영업자들은 최저 생계비 기준에도 못 미치는 수익으로 버티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손실보상금을 빨리 지급해주는게 나을지 아니면 자영업자들이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는게 나을지 빠른 판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자영업자 단체들은 정부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연장 조치와 관련해 잇따라 성명을 내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자영업자단체협의회는 "이번 연장 조치는 자영업자들에게 좌절과 치명적인 피해를 줬다"며 "국회와 정부는 예측 가능한 손실 보상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연장에 유감의 뜻을 나타내며 "당면한 추경안에서 소상공인 피해 지원금과 손실보상금액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정책자금 규모도 크게 늘려 소상공인들에 대한 긴급 피해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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