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NAVER는 2.73% 오른 45만2000원으로 마감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7월16일 장중에 46만1000원을 찍은 적이 있지만 종가 기준으론 사상 최고가다. 이와 함께 시가총액도 74조원을 넘어서며 한 달 전 카카오에게 잠시 내줬던 시총 3위 자리도 굳건하게 지키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15일 카카오는 시총 64조원을 기록하며 63조원에 그친 NAVER를 밀어내고 3위 자리에 올랐다. 다음날 다시 NAVER에게 자리를 내주었지만 곧바로 17일에 3위에 복귀, 약 4주간 국내 3위 주식종목 자리를 만끽했다. NAVER가 3위를 탈환한 것은 이달 13일이다.
흥미로운 것은 둘이 3위 경쟁을 펼치는 사이에 모두 몸집을 불렸다는 것이다. 특히 NAVER의 시총이 커졌다. NAVER는 현재 시총이 74조2470억원을 기록 중이다.
반면 시총 2위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시총도 많이 하락했다. 23일 현재 시총은 86조2682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아직 지난해 11월 반도체주 랠리가 시작되기 전 수준까지 밀려난 것은 아니지만 올해 고점 대비로는 21%의 낙폭이다.
그 결과 SK하이닉스와 NAVER의 시총 차이도 12조원으로 좁혀졌다. 아직은 3-4위 싸움에 눈이 팔려 있지만 지금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3위 경쟁이 2위로까지 확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NAVER는 1년 전 여름에도 2위 자리에 바싹 다가섰던 경험이 있다. 지난해 8월 둘의 시총 차이는 1조7000억원 미만으로 좁혀졌다. 어느 한쪽의 등락이 엇갈리면서 5~6%포인트만 움직이면 2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다시 올라서는 사이 NAVER는 하락세를 그리며 격차가 벌어졌다. 이후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랠리를 탔고 올해 2월엔 시총 10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반면 NAVER는 작년 12월 7위까지 밀려났다.
이때만 해도 시총 격차가 40조원 이상 벌어지며 NAVER가 2위를 넘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으나 올 여름 분위기가 또 변한 것이다. 1년 전처럼 시총 차이가 미세한 수준은 아니지만 둘 다 덩치가 불어나 1%의 주가 등락에도 시총 변화폭이 커진 상황이다. 이제는 NAVER가 16% 오르거나 SK하이닉스가 14% 하락해도 2위 자리가 바뀔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서 시총 2위 종목은 국내 증시의 중장기 트렌드를 상징하는 자리로 여겨졌다. 삼성전자가 현실적으로 좁히기 어려운 격차를 벌린 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2위 종목은 한국 증시를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
연말 종가 기준으로,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POSCO(005490)가 2위 자리를 지켰으며, 2011년에 2위에 오른
현대차(005380)는 2015년까지 5년간 자동차 업종이 대세임을 증명했다. SK하이닉스는 2016년에 현대차를 밀어낸 이후 올해로 6년째 2위를 수성 중이다. 각각 4년-5년-6년 동안 지킨 2위의 주인공이 올해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시총 3위는 이보다 빈번하게 바뀌며 그해의 증시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2010년 시총 3위는 현대차였다. 2011년과 2012년엔 2위에서 밀려난 POSCO가 3위를 지켰으며 2013년엔 ‘차화정’ 시대의 총아
현대모비스(012330)가 3위까지 올랐다. 2014년엔 드디어 SK하이닉스가 3위에 등극했다. ‘개미지옥’으로 불리던 성공적인 구조조정 끝에 환골탈태한 것이다. 2015년에는 저유가 수혜를 얻은
한국전력(015760)이 3위를 차지했다.
2016년엔 현대차가 3위에 복귀했으나 이때부턴 명실상부한 반도체의 해였다. SK하이닉스가 2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 우선주도 매년 한 계단씩 순위를 높이더니 드디어 2017년에 3위에 오른다.
삼성전자우(005935)는 2018년 바이오 대장주
셀트리온(068270)에게 잠시 3위를 내줬다가 2019년, 2020년 다시 3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명실상부 NAVER와 카카오가 증시 트렌드를 대변하고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