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규제 강화에 빈익빈부익부 드러났다

대형 캐피탈사 잇달아 증자…중소형사는 자산 축소

입력 : 2021-07-27 오후 2:09:11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캐피탈사들이 강화된 레버리지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대형 캐피탈사는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방법을 택한 반면, 중소형사는 자금 조달 역량이 상대적으로 취약함에 따라 자산 규모를 줄이는 대안을 꺼냈다.
 
27일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사에 대한 강화된 레버리지 규제가 도입된다. 오는 2024년까지 레버리지 배율을 기존 10배에서 9배로, 이듬해에는 8배까지 축소해야 한다. 당국은 캐피탈사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회사가 보유한 부채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레버리지는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을 의미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26개 캐피탈사 중 레버리지 배율이 8배 이상인 업체는 DGB·BNK·신한·NH·우리금융·JB우리·KB·하나·한국·한국투자캐피탈 등 10곳이다.
 
이 가운데 주요 대형사들은 최근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자본규모를 확대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하나캐피탈은 오는 29일 신종자본증권(영구채)1000억원 발행한다. 영구채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 국제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2000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결의했다. 이로써 총 3000억원의 자본을 통해 레버리지가 9배에서 8배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캐피탈사들도 잇따라 유상증자에 뛰어들었다. 신한캐피탈은 지난달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BNK캐피탈은 1000억원, JB우리캐피탈은 500억원 증자했다.
 
이들 캐피탈사가 자기자본을 확대한 것은 금융지주사 덕이다. 최근 시중은행에 대한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금융그룹사들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지주계열 캐피탈사는 레버리지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모회사로부터 지원을 받아 공격적인 영업을 준비 중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리스크 위험이 낮은 기업금융 및 투자금융 비중이 높은 것도 이점으로 인식된다.
 
반면 지주계열이 아닌 중소 캐피탈사는 자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규제를 준수하려는 모양새다. 롯데오토리스는 1분기 기준 총자산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9.1% 감소한 585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 3.9% 하락한 것에 비해 자산이 더 크게 감소했다. 벤츠파이낸셜 역시 총자산 규모가 전년 대비 18.9% 감소한 31252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규모가 전년 대비 1.7% 내림세를 기록한 것보다 감소폭이 컸다.
 
레버리지 규제 수준이 강화될수록 대형 및 중소형사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사는 모회사로부터 증자 지원이 어렵고 영구채 발행 시 금리 부담이 높아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이는 곧 투자 격차로 이어져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회사마다 지배구조가 다르고 자본을 증대할 수 있는 여력이 다르지만 우량 회사가 아니면 모회사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형 캐피탈사는 자본 확충에 나선 반면 중소형사는 자산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사진은 최근 유상증자를 실시한 업체 중 하나인 JB우리캐피탈사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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