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햇살론이 진짜 '햇살'을 받고 있다.
서민대출 상품인 햇살론은 지난달 26일 출시 후 9일간 5487건, 437억9000만원 대출이 나갔다. 지난 4일 대출 잔액만 576억원에 달한다. 이 추세라면 이번주 내 6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햇살론은 신용등급 6등급 이하거나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서민에게 평균 10~13%로 생계ㆍ사업운영ㆍ창업자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은행금리에 비해선 높은 편이지만 캐피탈, 대부업계의 30~40% 금리에 비하면 크게 낮다.
사실 창업자금을 고민 중이라면 미소금융 조건이 훨씬 좋다. 금리 4%대에 다양한 컨설팅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소금융 실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올 1월 출시 후 지난 7월말 3958명에게 236억원 대출이 나간게 전부다. 한해 2000억원씩 10년간 2조원 대출을 계획했지만 올해 안에 실적을 달성하긴 불가능해 보인다.
◇ 조건 깐깐한 미소금융
물론 두 대출은 성격이 다르다. 햇살론은 저신용 직장인, 미소금융은 생계형 자영업자를 위한 상품이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자영업자 비율이 25% 이상으로 제일 높은 나라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미소금융을 찾을 요인은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미소금융 실적이 초라한 이유는 지나치게 깐깐한 조건 때문이다.
보유 재산 대비 채무액이 50%를 넘거나 대도시(특별.광역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기준으로 1억3500만원 이상 재산이 있으면 미소금융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전세자금, 가게 임대 보증금도 재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상 대도시에 전세집이 있거나 작은 가게를 가진 영세자영업자라도 대출이 어렵다.
대출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당장 자금이 급한 서민들에겐 당일 대출이 가능한 대부업계 대출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 미소금융, 핵심 조건 완화로 대상자 늘려야
햇살론이 출시부터 큰 인기를 모은 것은 신용등급과 연소득만으로 빠른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반면 햇살론보다 반년이나 앞선 미소금융은 지나치게 소심한 대출 행태로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미소금융 대출 조건을 대폭 완화해 신용등급 5, 6등급이더라도 금융기관 거래에 따라 미소금융 대출이 가능토록 했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로 5, 6등급자 가운데 200만명 가량이 새 지원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상자 확대 뿐 아니라 햇살론이 갖는 접근성, 편리성, 신속성 등의 이점도 미소금융이 갖춰야 할 조건이다. 그래야 미소금융 지점당 하루 10명 꼴의 문의로 그치는 일이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