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산타 유증에 사활건 최대주주…고금리 자금조달

이자율 5% CB 발행, 리픽싱 조건도 채권자 유리
2대주주 소송에 유증 무기한 연기

입력 : 2021-07-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스튜디오산타클로스(204630)의 유상증자가 2대주주인 엔에스엔(031860)의 소송으로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최대주주인 에스엘바이오닉스(214310)가 스튜디오산타의 유증 참여를 위한 자금 확보에 나섰다. 유상증자의 진행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유상증자에 투입할 자금 전부를 고금리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마련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에스엘바이오닉스, 자회사 지분 확보위한 자금 전액 CB로 조달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지난 29일 스튜디오산타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100억원 규모의 7회차 CB와 30억원 규모의 8회차 CB를 발행을 결정했다.
 
앞서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스튜디오산타의 지배력 강화 및 지분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에 129억원을 투입해 22.28%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는데, 자회사 지분확보에 필요한 자금 전부를 CB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셈이다.
 
에스엘바이오닉스의 7~8회차 CB는 채권자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발행됐다. 우선 일반적인 CB들에 비해 상당한 고금리가 적용됐다. 7~8회차 CB는 모두 표면이자율 5%에 만기이자율 5%가 적용됐다.
 
CB의 경우 향후 주식으로 전환가능한데다, 주가하락 시 전환가액조정(리픽싱) 조건까지 부여된 경우가 많아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게 책정된다. 최근의 사모 CB 발행시장 분위기를 보면 0%나 1~2% 수준의 금리적용이 일반적이다.
 
실제 이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선 총 58개 기업이 70회 CB를 발행했는데, 이들의 평균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0.78%, 1.53%에 불과했다. 표면이자율이 0%인 CB 발행만 44회로 절반을 넘었으며, 표면, 만기이자율이 모두 0%인 CB은 31건이다.
 
이달 발행된 CB 중 표면이자율이 5% 이상인 CB는 에스엘바이오닉스가 발행한 7~8회차 CB가 유일했다. 연간 5%의 표면금리는 발행사 입장에서 부담이다. 연간 이자만 6억5000만원으로 에스엘바이오닉스 입장에선 130억원을 빌려 이자만 최대 19억5000만원을 지출하게 될 수도 있다.
 
높은 이자율에 더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과 리픽싱 조건도 채권자에 유리하게 적용됐다. 일반적 풋옵션은 CB 발행일로부터 1년 이후 매 3개월마다 조기 상환을 받을 수 있도록 설정되는데 에스엘바이오닉스의 CB는 1개월마다 받을 수 있도록 설정됐다. 리픽싱 역시 최저 액면가인 500원까지 가능케 했다. 리픽싱은 최초 CB발행가액의 70%까지만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에스엘바이오닉스는 CB발행 시 고금리뿐 아니라 담보도 걸었다. 담보내용은 스튜디오산타의 유상증자를 통해 취득 예정인 스튜디오산타 보통주와 CB 등이다. 스튜디오산타의 지분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CB에 스튜디오산타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한 것이다.
 
2대주주 소송에 유상증자 무기한 연기…재무부담 우려
에스엘바이오닉스가 투자자에게 유리한 CB를 발행한 것은 당장 유상증자를 통한 스튜디오산타 지분확보가 급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스튜디오산타의 최대주주인 에스엘바이오닉스와 2대주주인 엔에스엔이 보유한 스튜디오산타의 지분율은 각각 21.83%, 21.22%로 0.61%포인트 차이에 불과한데다 엔에스엔은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스튜디오산타 지분확보에 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지난달 스튜디오산타는에스엘바이오닉스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당시 엔에스엔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유상증자가 철회됐다. 엔에스엔은 이번 일반공모 유상증자에도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으로 이날 청약 접수를 시작하려던 스튜디오산타의 유상증자는 무기한 연기됐다.
 
스튜디오산타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이 끝날 때까지는 청약 일정을 미루고 청약이 끝난 이후 일정을 진행하라는 권고사항이 있었다”라며 “어제 오후 일반공모 유상증자의 효력정지 공문이 발효됐고 가처분 신청 결과 나올 때까지는 유상증자 일정도 미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스엘바이오닉스의 CB발행 조건들을 살펴보면 고금리에 담보 설정 등 채권자에게 유리한 조건들이 많은데, 그만큼 자금 조달에 급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며 “CB발행 이후 자회사 유증이 취소될 경우 목적달성은 못 한 채 이자 비용에 따른 재무부담만 가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에스엘바이오닉스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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