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이른바 '혐오의 시대'다. 사전적 용어로는 '싫어하고 미워함' 정도로 간단하게 정리되지만, 사회학적으로는 피해자에 대한 강한 동질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이런 이유로 혐오는 집단적 대립과 갈등·충돌을 부른다. 여기에 최근의 집단적 혐오는 건전한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동기에 기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일부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을 향한 돌팔매가 그 단적인 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위험하고 심각하다. 그러나 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해야 할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은 침묵을 지나 오히려 양산·이용하는 모양새다. 대통련 선거를 앞두고 이런 현상은 더 짙어지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서의 '혐오'의 개념과 위험성을 살펴보고 건전한 해결을 위한 공론화를 위해 총 5편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주)
"안산은 숏컷 페미, 김제덕은 한남 유충."
최근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선수들을 향한 때 아닌 젠더 혐오 논란이 거세다. 양궁의 안산 선수에게는 '여대 출신', '숏컷' 헤어스타일 등을 꼽아 '페미니스트'라는 비방을 이어가고 김제덕 선수에게는 '미성년 한국 남자'를 '덜 자란 벌레'에 빗댄 혐오 표현이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선수의 경기력과 상관 없는 부분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돼 '온라인 학대'로 이어진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종교시설·성소수자·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도 거세졌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가 막 창궐하던 시기에 신천지 발 집단감염 이후 기독교 등 종교계를 대상으로 '사이비', '개독' 등 혐오 표현이 급증했다. 혐오의 기준에 하나라도 부합하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낙인을 쉽게 찍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서울 이태원 게이클럽 발 집단감염 사건 이후로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동성애자가 곧 코로나'라며 일명 '신상 털기' 등 인권 피해로까지 이어졌다. 그 해 5월 한 건물 화장실에서는 '동성애자 출입 금지'라는 문구를 써 논란이 되기도 했다. 출입금지의 본질적인 이유는 성관계 등 부적절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라는 이유를 부각시킨데 따른 비난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에게는 '감염병 의심자' 및 '불법을 행한 범죄자' 등 혐오 시선이 차별로 이어진 사례도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6월 '코로나19와 이주민 인권 상황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공적마스크·재난지원금 등의 정책에서 배제되거나 차별을 받는 사례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인권위가 지난 지난 5월 발간한 인권교육 기본용어에 따르면 '혐오표현'은 어떤 집단에 대한 차별과 적대감을 말이나 글, 상징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특히 혐오가 집단성을 띨 경우 특정 계층 간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젠더 혐오를 뜻하는 '김치녀·한남충'은 물론 세대 혐오를 말하는 '급식충·틀딱', 성소수자 비하 표현인 '게이·레즈' 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겨난 신조어들이 그 예다.
특히 대한민국 자체를 혐오하는 '헬조선'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번지기 시작한 용어다.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등이 힘들어진 대한민국을 지옥에 비유했다. 이는 청년세대를 이해하지 못 하는 기성세대를 향한 혐오의 표현으로도 대변된다.
혐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것을 증오, 불결함 등의 이유로 싫어하거나 기피하는 감정으로 불쾌, 기피함, 싫어함 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강한 감정'을 의미한다. 혐오는 증오에 비해 복합적인 감정이 포함됐다. 증오의 증(憎)에는 미워하다는 뜻만 있을뿐 혐오의 혐(嫌)에는 미워하다, 싫어하다, 의심하다의 다양한 뜻이 내포돼 있다.
혐오로 인한 범죄 또한 개인과 전혀 상관 없는 피해자 양산으로 이어진다. 개인과 개인의 원한에 의한 범죄는 증오에 의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류하는 반면 혐오 범죄는 묻지마 범죄, 악성 댓글 등은 불특정 상대 또는 한 집단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심리학적으로 혐오로 인한 범죄는 피해 당사자를 본인과 동일하게 여기는데서 비롯된다.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힌 특정 집단이 본인에게도 해로울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뜻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 구조적인 불평등과 차별이 혐오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이 혐오가 강하면 증오 범죄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며 "어떠한 잘못된 현상을 두고 본인이 피해자인 것처럼 인식을 해 (나와 상과 없어도) 피해를 준 대상을 혐오하게 되는 인지적 왜곡"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이 지난 3월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