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002790))이 최근 수년째 계열사에 차입 담보를 제공중이다. 계열사의 차입 기간 만큼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담보로 제공하는 정기예금이 묶이는 셈인데, 지원 계열사가 경영난으로 해마다 담보 금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아모레퍼시픽그룹 이사회는 계열사 에뛰드와 에스쁘아, 코스비전에 대한 담보제공 건을 의결했다. 계열사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정기예금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이번에 에뛰드에 제공하는 담보는 우리은행 정기예금 190억원, 에스쁘아에는 BNP파리바은행과 산업은행을 포함해 100억원, 코스비전에는 산업은행 정기예금 510억원을 담보로 제공했다.
담보로 제공한 정기예금은 계열사가 은행에 돈을 빌리는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없도록 묶인다. 대신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계열사가 담보 제공 없이 대출할 시의 정상금리와 실제 대출 금리의 차이만큼을 담보수수료로 받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이번에 제공한 담보는 약 700억원 규모지만, 8월 기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계열사에 제공한 전체 담보는 1519억원에 달한다. 에뛰드 600억원, 에스쁘아 120억원, 코스비전 624억원, 퍼시픽패키지 175억원 등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BNP파리바은행 등의 정기예금을 담보로 계열사들을 지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3659억원(1분기 말 기준)으로, 이 중 약 40%를 계열사 담보로 제공한 것이다. 담보로 제공한 정기예금은 계약 기간 동안 질권 설정돼 유동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8~2019년부터 각 계열사에 정기예금을 담보로 제공하면서 지원 금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담보 계약은 대부분 1년인데,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새로 계약을 하거나 시점을 달리해 담보 금액을 늘려왔다.
에뛰드의 경우 2019년 대출 당시 그룹에서 두 차례에 걸쳐 담보 300억원을 제공받았는데, 올해 8월 기준 담보는 600억원으로 두 배나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이 에뛰드에 제공한 담보는 산업은행(420억원)과 우리은행의 정기예금으로, 기한은 각각 내년 5월과 8월까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계열사 담보 지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그룹으로부터 담보 지원을 받은 계열사들이 적자전환, 자본잠식 등 수년째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에뛰드의 경우 지난해 기준 부채가 자산 규모를 넘어서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매출은 이미 2016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해 1100억원까지 줄었고, 2018년부터 순손실을 지속해왔다. 에스쁘아도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했지만 비용이 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코스비전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제품을 생산하는 ODM·OEM 기업으로, 지난 6월 자회사
아모레퍼시픽(090430)과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오는 9월1일부터 손자회사로 인식되지만 계열사에 제공한 담보는 그대로 유지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계열사에 대한 담보 제공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진행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